사모운용사·투자일임회사, 수요예측 참여 어려워져
금융위원회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지속적인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그간 금융당국은 IPO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절차 전반에 걸친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단기차익 목적의 IPO 참여과열이 해소되지 않아 공모가 산정에 왜곡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한 수요예측 과열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쳐 기업가치 기반이 아닌 단기차익 목적의 투자 분위기가 확산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IPO 시장이 기존의 '단기차익 목적 투자'에서 '기업가치 기반 투자' 위주로 합리화될 수 있도록 제도보완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을 확대해 기관투자자가 기업 가치 평가를 기반으로 신중하게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책펀드 외 기관투자자 배정물량 중 40% 이상을 확약 기관투자자에게 우선 배정한다. 의무보유 확약 물량이 40%에 미달하는 경우 주관사에 일정물량 보유의무를 부과한다. 공모물량의 1% 취득한(상한금액 30억원) 후 6개월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또한 최대 가점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하고 가점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에 신설된 6개월은 가점 7점을 받을 수 있으며 3개월은 5점, 1개월은 3점, 15일은 2점을 받는다.
고상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현재는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 중 의무보유 확약 물량 비중이 평균 19% 수준으로 높지 않은 편"이라며 "우선배정제도를 도입하고 가점을 강화하면 (의무보유 확약) 비중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책펀드의 의무보유 확약도 확대한다. 정책펀드인 하이일드펀드,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해서는 공모물량의 5~25% 별도배정 혜택이 제공되어 왔다. 향후에는 최소 의무보유 확약을 한 물량에 대해서만 별도배정 혜택을 부여한다.
의무보유 확약 위반, 미청약·미납입 등에 대한 협회차원의 제재도 강화한다. '수요예측 참여제한'이 제재 원칙으로 규정돼 있으나, 그간 폭넓은 사유로 제재금 갈음, 면제 등이 이뤄졌다. 앞으로는 수요예측 참여제한 위주로 제재를 운영하고 감경기준도 명확히 계령화해 엄격하게 적용한다.
고 과장은 "앞으로는 수요예측 참여 제한 위주로 제재를 운영하고, 감경 기준도 명확히 계량화해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요예측 참여자격도 강화한다. 기업가치 평가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제한하기 위해 사모운용사·투자일임회사의 참여자격을 강화한다. 기존에 고유재산 참여시에만 존재하던 등록기간 및 총 위탁재산 규모 관련 자격요건을 운용재산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고 과장은 "고유재산에만 (참여 자격을)적용하다보니 이제 고유재산을 기관투자자에 일임해서 이를 우외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요건에 맞는 기관투자자만 가능하도록 디테일한 부분이지만 바꿔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오는 9월부터 사모운용사는 69개, 일임사는 55개가 강화된 자격요건을 적용받게 된다. 다만 3개월 이상 의무보유 확약시 강화된 요건 적용을 면제하고 기존에 조성된 펀드·일임계약의 경우 오는 2025년말까지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이번 제도개선 이후에도 참여과열 현상의 완화 여부를 평가해 필요시 총위탁재산 기준의 상향조정 등 추가개선도 검토할 예정이다.
재간접펀드, 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이용한 우회적 참여도 제한한다. 재간접구조에서 피투자펀드 출자금은 주금납입능력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하고, 예외적으로 피투자펀드가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음을 소명하는 경우에만 제외하지 않는다. 주관사가 '거래실적이 없고, 실체성 파악도 어려운' 외국 투자자는 공모주 배정시 제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업무영위에 대한 구체적 증빙자료를 제출받은 경우에는 실체성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한다.
수요예측 초일 쏠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초일 가점제도도 개편한다. 기존에 초일 가점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 쏠림이 야기됐다는 점에서 1~3일차에 동일하게 완화된 수준의 가점을 부여해 초일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자 한다.
특히 주관사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코너스톤투자자와 사전수요예측제도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대형 기관투자자가 공모 주식 판매 전에 공모가격을 모르는 상태에서 일정 금액을 장기투자하기로 약정하고 그 대가로 공모주 일부를 배정받는 투자계약이다. 지난 21대 국회에 발의됐다가 국회 회기만료로 폐기됐다.
고 과장은 "입법 형태와 코너스톤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의 범위 등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며 "모수를 정한 뒤 그 안에서 주관사가 재량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관사의 공모주 내부배정기준도 구체화한다. 의무보유 확약 우선 배정 방법, 그룹 설정 및 그룹별 할당 기준, 가중치 부여 기준 등 필수적인 요소들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또한 주관사의 재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협회규정을 준수하는 내부배정기준에 따른 공모주 배정은 자본시장법상 차별배정 금지 위반으로 지적하지 않도록 검사·제재를 운영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주관사 사전취득분 의무보유를 강화한다. 현재 코스닥 시장의 경우 완화된 상장요건 등을 고려해 주관사가 상장예비심사 신청 6개월 이내에 취득한 주식에 대해서는 가격괴리율에 따라 의무보유를 적용하고 있다. 책임성 강화 차원에서 기준이 되는 가격 괴리율은 축소하고 최소 의무보유 기간도 확대한다.
주관사의 사전취득분 의무보유도 강화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주관사는 해당 주식을 상장일로부터 2년 이내 취득한 경우 30일 이내 양도할 수 없다. 다만 코스닥 시장은 완화된 상장요건 등을 고려해 '6개월 이내 취득+가격괴리율'이 큰 경우 보다 강화된 의무를 적용해왔다.
그러나 세부적인 가격괴리율 기준 의무보유 기간 등이 다소 느슨해 책임성 확보 효과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당국은 가격괴리율 기준을 50%에서 30%로 축소하고 의무보유 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하기로 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