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 발표…매출액·시총 기준 대폭 상향
퇴출 리스크부터 직면한 상장사…"IR 등 밸류업 노력해야" 단호한 당국
퇴출 리스크부터 직면한 상장사…"IR 등 밸류업 노력해야" 단호한 당국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이 제시한 상폐요건 변경안의 핵심은 기업의 재무적 상장 유지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밸류업 노력이 없고 성장 가능성이 낮은 기업을 조속히 퇴출시켜 국내 증시 전반의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현재는 코스피 기준 30일간 연속 기준 시가총액 50억원, 코스닥 상장사는 시가총액 40억원을 넘기지 못하면 상장폐지 요건 대상이 된다. 매출액은 코스피 상장사는 50억원, 코스닥 상장사는 30억원이다. 시가총액, 매출액 기준은 과도하게 낮게 설정돼 있어 지난 10년간 재무적 요건으로 상장폐지가 발생 사례는 전무했다.
이날 공개된 상장폐지 요건 중 코스피 기업의 경우 △2026년 시총 200억원, 매출액 50억원 △2027년 시총 300억원, 매출액 100억원 △2028년 시총 500억원, 매출액 200억원을 달성하지 못할 시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코스닥 기업은 △2026년 시총 150억원, 매출액 30억원 △2027년 시총 200억원, 매출액 50억원 △2028년 시총 300억원, 매출액 75억원이다.
다만 매출액의 경우 시가총액 대비 실제 조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해 2029년까지 코스피 상장사는 매출액 300억원, 코스닥은 매출액 100억원을 충족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시가총액을 토대로 오는 2029년까지 시총과 매출액 상향 조정을 완료하면 코스피 62개사, 코스닥 137개사가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간 안에 매출 실적과 시총이 뚜렷하게 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나오는 수치"라며 "밸류업 노력을 통해 시총 등이 개선된다면 대상 기업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시가총액 150억원 미만인 곳은 투비소프트(86억원), 큐로홀딩스(116억원), 광진실업(125억원), KD(134억원), 올리패스(140억원) 등 11곳이다. 2027년 기준(150억~200억원 미만) 미충족 기업은 46개사, 2028년 기준(200억~300억원 미만) 미충족 기업은 110곳에 달한다.
심사 기준이 대폭 강화되자 업계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IPO·상장폐지 제도개선 세미나'에 참석한 김준만 코스닥협회 상무는 "시가총액 300억원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의 경우 '퇴출 리스크'로 인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코스닥 상장사는 매출액 700억원과 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해 시총은 300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매출액은 회사의 재무적 요건을 강화해 개선될 수 있지만, 시가총액은 회사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요건이 아니기에 시총 상향 폭이 부담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고상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과장은 "상장기업이라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있다"며 "회사의 기업가치가 시가총액보다 낮으면 IR을 적극적으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어진 것만 하지 않고 시장에 어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제도를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미현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 또한 "시총을 매출액처럼 노력해서 바꿀 수 없다는 점을 안다"면서도 "시가총액은 시장에서 일정 기간 동안 회사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가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바로 상장폐지 되는 게 아니라 시총 요건에 미달된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시총 흐름을 보고 나서 진행되기에 사실상 자동으로 어느 정도의 개선 기간이 부여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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