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21일 공개한 '직접 시공 의무 제도의 쟁점과 합리적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최근 강화되는 추세인 '직접 시공 의무제'가 국내 건설업계와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직접 시공 의무제'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70억원 미만의 공사는 원도급자가 위탁·하도급 없이 최대 50%까지 직접 시공하도록 한 제도다.
행정안전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 1일부터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30억원 이상 규모 공사의 업체 선발 시 직접 시공 비율을 평가에 반영하는 '직접 시공 평가제'를 도입하는 등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같은 추세가 건설 생산 방식과 그에 따른 전문 업무 영역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점을 들어 건설업계에 혼선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건설업은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 간의 분업을 기반으로 발전해왔는데, 획일적인 직접 시공 확대는 하도급이 담당하는 전문 영역을 훼손할 수 있다는 취지다. 또 건설업계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며 공사의 품질 역시 악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건산연은 직접 시공이 부실공사 발생을 줄이고 공사의 품질과 안전성을 높인다는 제도 도입 취지에 대해서도 "실증적 규명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김민주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직접 시공 의무 제도가 본래 취지를 실현하려면 획일적 규제 강화보다는 현실적인 대안과 균형 잡힌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며 "업계가 순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연관 제도·정책에 대한 보완·완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행안부가 올해부터 시행하는 직접시공 평가제에 대해 김 부연구위원은 "30%로 의무 비율을 설계하였음에도 제도 혼선을 우려 20% 완화 적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면서도 "올해 산업계의 많은 혼선이 우려되며 보다 세밀한 제도 설계와 건설 생산체계와의 연계 제도 개선을 통해 제도 도입 목적 달성과 산업 혼선 방지를 위한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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