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尹 "부정선거, 음모론 제기가 아니라 팩트 확인하자는 차원"

입력: 2025-01-21 18:23 이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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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식 부정선거 팩트체크 제기
계엄 목적에 의혹 규명 포함해
여론, 검증 필요 vs 불필요 '반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심판 3차 변론에서 특히 관심을 끈 부분은 '부정선거론'에 대한 윤 대통령 측의 주장과 국회 측의 반박이었다. 2차 변론에 이어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부정선거 의혹'이 지식인층 등 국민들 사이에 퍼져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계엄을 통해 의혹을 밝히려 했다는 논리를 폈다. 이날 윤 대통령 측 도태우 변호사는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선거 부정 의혹과 관련해 2차 변론에서 제출한 증거의 요지를 설명했다.

도 변호사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 관리가 부실해 위조 투표지가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도 변호사는 "국내외 주권 침탈 세력에 의해 거대한 선거 부정 의혹이 있었으나 선관위나 법원, 수사기관을 통해 제도적으로 해결되지 못해 국가 비상 상황이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도 변호사는 관인이 뭉개진 투표지 사진이나 투표지 보관소의 문고리가 훼손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진 등도 부정 선거의 정황으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 측이 지난 2차 변론에 이어 이날도 부정선거론 관련 주장을 이어가자 국회 측은 헌재에 제한을 요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변론에서 '부정선거론'에 대해 직접 발언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가 전부 부정이어서 믿을 수 없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자는 차원"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께 드리는 말씀'과 공개된 메모에서 계엄의 목적에 자유민주주의 기본토대인 선거에 부정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대통령으로서 규명해보려는 목적도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이 계엄 발령과 '부정선거' 의혹 간 관계를 공개된 자리에서 직접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국민 저변에 부정선거 의혹 제기가 실재하는 상황에서 그것이 사실인지 아니면 가짜뉴스인지 밝히려는 노력은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부정선거' 음모론이 설령 탄핵심판과 무관하더라도 국민들 사이에서 의혹이나 의구심이 제기된다면, 공식적 기관이 나서서 해소해야 하지 않느냐는 '당위성'까지 제기한다.

윤 대통령 측의 논리는 더 나아간다. 오염되지 않는 선거제도의 유지는 대의민주제의 기본 중 기본이고 헌법의 명령인데, 헌법을 수호하는 가장 높은 권위를 갖는 헌재가 팩트 체크를 해달라는 암묵적 요구로도 해석된다.

윤 대통령 측의 '부정선거 의혹 팩트 체크' 주장에 대해 이날 국회 측은 반박했다. 윤 대통령 측이 지난 2차 변론에 이어 이날도 부정선거론 관련 주장을 이어가자 국회 측은 헌재에 제한을 요구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 소속 김진한 변호사는 "피청구인(윤 대통령) 측의 선거 부정에 관한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이 사건 탄핵심판의 쟁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더 이상 선거 부정 의혹 제기, 그와 관련한 증거 신청을 적절하게 제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즉답을 하지 않았다. 문 대행은 "재판부 평의를 거치겠다"고만 했다.

그러나 2, 3차 변론에 이어 윤 대통령까지 직접 계엄 발령의 배경으로 부정선거 의혹 규명을 주장하는 만큼 윤 대통령 측은 앞으로도 이 주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성선거 의혹' 규명에 대한 국민 여론은 규명할 필요가 있다와 필요 없다는 여론이 반반으로 갈린다.

더퍼블릭·파이낸스투데이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4~15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선관위 전산시스템 검증 필요성을 조사한 결과 '검증이 필요하다' 46.9%, '검증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47.7%, '잘 모르겠다' 5.4%로 조사됐다.

'검증이 필요하다'고 답한 정당별 지지율을 보면 국민의힘 지지자 82.4%, 기타 정당 54.8%, 지지 정당 없음 41.8%, 진보당 39.7%, 개혁신당 20.9%, 조국혁신당 17.2%, 민주당 12.5% 순이었다. 특히 윤 대통령 지지자와 겹치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압도적으로 검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목적 중 하나로 부정선거 의혹 규명을 제시하는 것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고, 필요성이 인식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규화기자 david@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