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심판에 직접 출석한 가운데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과 국회 탄핵소추인단은 '부정선거 의혹'을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 측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로 부정선거 의혹이 있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국회 측은 관련 주장을 제한해줄 것을 헌법재판소에 요청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 소속 김진한 변호사는 "피청구인(윤 대통령) 측의 선거 부정에 관한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이 사건 탄핵심판의 쟁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기이한 부정선거 주장을 그대로 방치하기는 어렵다"며 "더 이상 선거 부정 의혹 제기, 그와 관련한 증거 신청을 적절하게 제한해달라"고 주장했다.
국회 측은 "피청구인 측이 제기하는 부정선거 의혹은 대법원 및 사법기관 판단을 통해 모두 근거 없는 주장으로 판단된 사안"이라며 "선거 부정이 있다고 해도 피청구인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병력을 동원해 국회에 침입한 것, 즉 이 사건의 소추 사유를 전혀 정당화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선거 부정의 사유는 피청구인이 스스로 발표한 계엄 선포 사유에는 등장하지 않았다"며 "(계엄이) 실패한 이후 비로소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사유로 등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국회 측은 향후 변론에서 현직 군인들이 증인 진술할 때 윤 대통령과 분리될 수 있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국회 측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변론으로 하더라도, 나머지 증인들의 경우 피청구인으로부터 구체적 지시를 받았던 사람들"이라며 "피청구인이 앞으로도 심판정에 출석하게 되면 (증인들이) 면전에서는 사실대로 진술하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이 퇴정한 상태에서 신문이 이뤄지게 해주거나 적어도 피청구인과 증인이 직접 눈을 마주치지 않을 수 있도록 가림막 같은 걸 설치한 상태에서 증인 신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헌재는 국회 측 요청에 대해 재판부 평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국회 측은 이날 윤 대통령의 출석에 대해 강성 지지층을 선동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최근 일어난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 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변론이 끝난 뒤 심판정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본인에게 불리하가도 판단하는 것은 기억이 없다고 하고 유리한 판단은 분명하게 말했다"며 "주로 부정선거를 얘기하는데, 헌재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를 추종하는 선동행위를 계속 이끌어가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도 "앞으로 헌법재판 과정에서 부정선거 음모론만 퍼뜨리려면 차라리 재판장에 나오지 말라"며 "헌재까지 나와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계속 얘기하면 제2, 3의 서부지법 폭동 일어난다"고 쏘아붙였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윤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이 진행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