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언급에 비명계 목소리
임종섭 "숨죽은 당내 민주주의
이대표만 보면 국민들 불신만"
김경수·김부겸도 일극체제 비판
임종섭 "숨죽은 당내 민주주의
이대표만 보면 국민들 불신만"
김경수·김부겸도 일극체제 비판
최근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전국지표조사(NBS), 갤럽, 리얼미터 등 이른바 '3대 여론조사'에서 모두 역전됐다. 12·3 비상계엄사태 이후 처음이다. 특히 20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양 당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를 벗어났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업체 '여론조사꽃' 조사 결과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오차 범위 내 지지율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꽃이 지난 20일 공개한 조사(조사기간 17~18일,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전화면접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 지지 응답자 비율은 43.2%, 국민의힘은 38.1%로 집계됐다.
8년 전 박 전 대통령 탄핵정국과는 다른 상황이다. 당시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게이트가 터졌을 때는 야당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일례로 2017년 11월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여당인 새누리당 지지율이 10% 중후반을 달렸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2~3주 뒤인 12월 말에는 보수 결집으로 연말에 20.3%까지 반등했지만, 마지막 주에는 여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에 반감을 가진 보수층이 여론조사에 적극 반응했다는 분석과 함께, 이 대표의 비호감 정서가 높은 상황에서 탄핵 남발과 의원들의 경솔한 언행이 중도층을 이탈시켰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나온다. '여론조사 검증 특별위원회'도 출범시켰지만, 여론조사 통제로 비칠 수 있어 적극 활동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명계에선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조기 대선'이 본격화되고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국민적 판단을 받기 시작하면, 지금보다 지지율의 흐름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화와 타협을 가볍게 여기고 이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전날(20일) 페이스북에 "극단적 증오와 타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주의, 독선과 오만…우리는 그와 정반대로 가야 한다"며 "저들과 달라야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같은날 한반도평화경제포럼이 주최한 영화 '하얼빈' 상영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탄핵 이후 여유 있게 국정을 리드하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이 작용한 것 같다"며 "윤석열 정권처럼 서두르고, 국민 생각 안 하고 자기 고집대로 하는 것이라는 실망감이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 대표 중심의 '일극 체제'와 정부·여당을 상대로 한 당 지도부의 강경 일변도 노선이 윤석열 정부에 등 돌린 중도층 민심을 제대로 흡수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지지율이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그 동안 숨죽이던 비명계가 규합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비명계 관계자는 "이 대표가 당을 강력하게 장악하고 있어서 대놓고 말을 못하고 있을 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친명계와 당 지도부는 직접 반응을 내놓지 않은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마무리되기까지 내부에서 갈등하는 양상이 도움이 될 게 없다는 판단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KBS라디오에 나와 김 전 지사의 글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실제로 저희는 (여당과) 다르게 행동한다고 생각한다"며 "야당으로서, 공당으로서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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