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스러운 30% 수수료율...회사 실적 악화, 가격 인상 등 악순환
집단조정 낸 韓 게임사, 손해배상금 산정 위해 데이터 수집 중
공정위, 시장지배 남용 혐의로 조사 착수...방통위는 '식물 상태'
해외는 정부가 발 벗고 나서...미국 등 강력 대응 중, 유럽은 수수료 인하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갑질을 둘러싼 갈등이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게임사들이 미국 법원에 제기한 집단조정이 통상 1년 걸리고,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 결과도 빠르게 나오지 못해서다.
2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미국에 집단조정을 낸 국내 중소 게임사들은 손해배상 금액을 산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문 감정기관이 붙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이 작업은 한 달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이르면 2월에 데이터 수집이 완료되고 이후 감정 절차를 밟은 뒤 내용 증명으로 청구하게 된다. 감정 결과에 따라 구글에서도 합당한 결과인지 감정하는 절차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미국 법원의 판사가 집단조정 결과를 내리며 모든 과정에 필요한 시간이 1년 정도로 추정된다.
국내 게임사들은 지난해 구글을 상대로 인앱결제가 부당하다며 집단조정을 제기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스타코링크가 집단조정에 참여했으며 이들은 최대 139억원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들의 추정금액은 앞서 미국 법원이 구글과 애플에게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어플리케이션 개발사와 소비자에 1조1000억원을 배상한 결과에 빚대 산출한 금액으로 분석된다.
미국 법원은 2022년 에픽게임즈가 구글·애플을 상대로 인앱결제가 부당하고 공정한 경쟁을 해친다며 제기한 '반독점법 위반' 소송에서 에픽게임즈의 손을 들어줬고, 미국의 개발사들은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양대 플랫폼에 냈던 수수료를 돌려받은 바 있다.
국내 게임사들은 미국 법원에 자국의 개발사와 동일한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 집단조정 대리인인 미국 로펌 하우스펄드(Hausfeld)는 지난 8일 미국 게임사와 동일하게 미래 수수료 금지 처분을 적용받게 해달라는 첨부 변론서를 제출했다. 미래 수수료 금지 요청은 지난해 10월 구글과 에픽게임즈 소송 1심 결과에 따른 금지명령 처분에서 나온 개념으로, 구글이 인앱결제 수수료를 앱 개발사에 강제로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했으니 수수료를 더 이상 지불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하우스펄드 측은 서면을 통해 국제적 형평 원칙에 따라 가처분 명령이 지리적 위치와 관계 없이 보편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도 발 빠르게 조사에 나섰지만,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공정위는 이달 구글 LLC, 구글 코리아, 구글 아시아퍼시픽 등과 국내 게임사 4곳을 시장지배 남용 행위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 등 시민단체가 지난해 11월 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구글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지만, 빠른 시일 내에 처분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기에 국내 기업 조사보다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2년 전 구글의 유튜브 뮤직에 대한 끼워팔기 제재도 아직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지난해 8월 2일 취임 3일만에 국회의 탄핵안 의결로 직무 정지된 이후 김태규 직무대행의 1인 상임위원 체제가 5개월 가량 이어지면서 의결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구글과 애플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됐고 과징금까지 산정했으나, 의결할 수 있는 위원 수가 부족하다. 더욱이 올 초부터 방통위가 전체회의 등 기존 일정들을 취소하면서 안건들이 더 뒤로 밀리고 있다. 만약 조기 대선까지 치르게 되면 정상화되는 시점이 매우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기 위더피플 변호사는 "정부는 국내 게임사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공정한 인앱결제 수수료 조치를 하루 빨리 취해야 한다"며 "매년 2조에 달하는 부당한 국부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해외에서는 정부가 나서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네덜란드, 호주, 포르투갈, 브라질, 멕시코, 인도 등은 구글과 애플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또는 정부 차원의 과징금 부과 등의 강력한 대응 조치로 보상을 받고 수수료율을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독점력을 앞세워 30%의 수수료를 받는 것이 불공정 행위에 해당한다며 구글·애플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유럽에선 수수료율을 17% 수준으로 낮췄다. 인도의 경우 인도 경쟁위원회(CCI)는 애플이 자사의 인앱 결제 시스템 사용을 강제하는 규정을 통해 인도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