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유연한 미생물의 세계](http://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2202102269058001[1].jpg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유연한 미생물의 세계")
1928년 푸른 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이 발견됐지만 실제 제품으로 생산되어 전쟁터에 공급된 것은 1943년부터였다. 그 후 다양한 종류의 항생제가 등장하면서 세균의 정복은 시간 문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매우 빠른 속도로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새로운 내성균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어떤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까지 등장했다.
박테리아와는 달리 혼자서는 생존할 수 없는 바이러스는 '종(種)의 특이성' 때문에 특정 바이러스는 특정 생명체에만 기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조류독감은 오직 조류에만 병을 일으켜 왔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와 동물에 기생하던 조류독감, 메르스, 코로나 등이 사람에게 대유행을 일으켰다. 특히 작년 영국에서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가축이나 야생동물로부터 인간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보다 반대로 사람이 이들 동물에게 옮기는 바이러스가 2배나 더 많다고 한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유연한 미생물의 세계](http://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2202102269058001[2].jpg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유연한 미생물의 세계")
곰팡이도 마찬가지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백만종의 곰팡이 가운데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종류는 20여종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곰팡이로부터 보호하는데 탁월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의 따뜻한 체온은 곰팡이의 번식을 억제한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곰팡이가 고온에 적응하도록 변이가 일어나고 있어 문제다. 실제로 실험실에서 37도 온도에서 곰팡이를 배양하면 25도에서 배양할 때보다 고온에 적응하는 변이가 더 많이 발생했다.
이렇듯 미생물이 빠른 시간 내에 다양한 환경에 쉽게 적응하여 진화하는 것은 그 구조가 매우 단순하며 단세포 혹은 몇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어서, 외부환경에 따라 DNA 혹은 RNA를 비교적 쉽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생물의 종류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인체에 해롭지 않으며 유산균처럼 이로운 경우도 적지 않다. 21세기를 공포에 떨게 했던 바이러스 역시 극소수만이 인체에 해로우며 심지어 그 중에는 박테리아를 먹고 사는 박테리오파아지 같이 유익한 바이러스도 있다. 여기서 추출한 효소를 이용해 수퍼박테리아를 치료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어 현재 임상 실험 중에 있다.
현대를 산업화와 무분별한 자연훼손으로 인해 지구 역사상 6번째 멸종의 시대인 '홀로세 대멸종기'라고도 부른다. 그 결과 양서류 30%, 포유류 23%, 조류 12%가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지구 역사상 가장 심각했던 2억5000년 전 페름기의 대멸종 때에는 수백~수천만년에 걸쳐 90% 이상 최고 98%까지 생명체가 멸종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불과 하루 만에 '10종'씩 사라지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생활해 왔던 공간을 잃어버린 미생물들은 생존을 위해 새롭게 변이를 일으키면서 다른 생명체를 공격하게 된다. 그리고 북극과 남극의 얼음 밑에 갇혀 있는 미생물들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녹으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영구 동토층으로 불렸던 이 지역은 육지 면적의 무려 24%에 달한다. 실제로 2018년에는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 해빙으로 탄저균이 발생해 순록 20만마리와 어린이 1명이 죽기도 했다. 또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한 피부 질환이 알래스카에서 최근 5년 동안 두 번 발생했다.
자연훼손과 지구온난화로 인해 오랜 세월 동안 인간에 피해를 주지 않던 미생물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변이를 일으키고 있다. 그 중 일부가 사람에게 새로운 질병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환경 문제는 질병 및 건강과 직접 관련이 있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