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ICT과학부장
![[안경애 칼럼] 돌아온 트럼프, 인재전쟁 대비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2202102269650001[1].jpg "[안경애 칼럼] 돌아온 트럼프, 인재전쟁 대비해야")
최근 만난 한 중소 제조기업 대표 A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 회사는 강원도와 서울에 업장을 두고 세계로 수출하는 부품기업이다. 언어나 문화가 달라도 사무업무를 하는데 지장이 없다는 A 대표는 "열정이 있으니 한국인 못지 않게 일을 잘 한다"고 밝혔다.
A 대표가 외국인 채용박람회를 직접 찾아다니며 사람을 뽑는 것은 한국인 직원을 뽑아서 유지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이다. A 대표는 "중소기업은 인재전쟁을 치르고 있다"면서 "국적과 나이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뽑고 싶어도 못 채우는 빈 일자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사람을 못 찾아서 빈 일자리는 2020년 11만9012개에서 2023년 20만1738개로 급증했다.
여기에다 고령화까지 덮쳤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300인 이하 중소기업 전체 직원의 47.8%가 50세 이상이다. 그중 60세 이상이 24%로 50대보다 더 많다. 300인 이상 기업에서 50세 이상이 25.7%인 것과 크게 차이난다. 젊은 인재가 없는 기업은 활력과 혁신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공계 대학원의 상황도 심각하다. 초저출산으로 인해 올해를 전후해 국내 이공계 대학원생도 줄어들 전망이다. 그나마 공대는 덜하지만 자연대와 지방대는 훨씬 심각하다. 의대쏠림까지 충격을 줬다.
AI, 반도체 등 혁신산업을 들어다 봐도 대기업 역시 사정이 같다. 실력 있는 인재는 제한돼 있는데 임금 수준에서 미국 실리콘밸리를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 인재에 대한 갈증은 전세계 인재가 모여드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취임 첫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대적 불법이민자 추방정책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IT 등 전문 인재에 대해선 다른 접근을 편다.
최근 미국에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위시한 기술계 인사들과, 트럼프의 전통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간에 기술직 비자(H-1B) 논쟁이 뜨거운데 트럼프가 머스크의 손을 들어줬다. H-1B는 IT, 엔지니어링, 의학 등 전문직 종사자용 취업 비자로, 미국 기술기업들이 글로벌 기술인재를 수혈하는 유용한 장치다. 최근엔 인도계가 대다수를 차지하는데,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도 이를 통해 미국에 정착한 사례다.
H-1B 비자 논쟁은 글로벌 인재 유치와 국내 노동력 보호라는 상반된 목표 사이에서 미국이 가진 고민을 드러낸다.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은 비자 연간 발급수량 확대를 요구해 왔다. 반면 마가 진영은 H-1B 비자가 남용돼서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H-1B 비자에 부정적이었고 2020년에는 H-1B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그런 트럼프의 노선 변경은 AI·양자·우주 등 기술전쟁에서 중국과 일전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미국이 우위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가 무섭다. 트럼프 2기에서 양국간 기술전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국적과 상관 없이 열정적인 전문 인재들은 단순히 일자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혁신을 촉진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고용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트럼프 사단이 무서운 것은 그들이 철저히 사업가 마인드로 무장했다는 점이다. 우리 정치권이 내편, 네편을 갈라 싸우는 것과 달리 철저히 자국 이익을 우선에 두고 의사결정을 한다.
트럼프가 'AI도, 반도체도, 양자도 결국 사람 문제'임을 깨닫고 머스크와 호흡을 맞춰 글로벌 인재 빨아들이기 정책을 펴면 한국은 버틸 수 있을까. 이미 인재 블랙홀인 미국이 반도체와 AI에 이어 '인재전쟁'을 선언할까 두렵다. 기업가들이 직접 채용박람회를 찾아다닐 필요 없이 외국인 인력 수급부터 첨단 이공계 인력 육성까지 정신 차리고 준비하지 않으면 혁신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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