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공간 변화를 꿈꾼 `즐거운 건축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2202102369061002[1].jpg "[논설실의 서가] 공간 변화를 꿈꾼 `즐거운 건축가`")
세드릭 프라이스
김정수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건축은 단순히 그럴듯한 형태나 공간을 만드는 행위가 아니다. 사람과 사회에 대한 고려를 중심에 두는 행위다. 세드릭 프라이스(1934∼2003)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근대 건축의 엄숙하고 기념비적 전통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는 건축물을 만들고 사용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건축을 추구했다. 특정한 목적에 맞춰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공연, 영화 상영, 교육, 놀이 등 다양한 활동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다기능적 구조를 제공하려 했다. 이는 건축물을 끊임없이 진화하는 유기체처럼 다루는 시도였다. 그는 건축이 사람과 상호작용하면서 변화·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라이스는 영국의 건축가이자 저술가, 교육자다. 케임브리지대학교를 졸업하고 AA스쿨에서 수학했다. 1960년 건축사무소 설립 후 그는 사회적 변화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건축의 잠재력을 연구했다. 고정된 형태의 건축에서 벗어나 진화하는 공간을 상상했다. 대표적 사례가 연극 연출가 조안 리틀우드와 협력해 구상한 '펀 팰리스'(Fun Palace) 프로젝트다. '펀 팰리스'는 사용자의 필요와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재조립과 변형이 가능한 공간이다. 모듈형 구조물 등을 활용해 공간의 기능과 형태를 바꾸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실제로 구현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대적 인터랙티브 디자인과 모듈형 건축 개념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책은 '펀 팰리스', '포터리스 싱크벨트' 등 프라이스의 여러 독창적 프로젝트를 조망한다. '조력의 철학', '예상해서 설계하기', '타이밍' 등의 핵심 키워드를 통해 프라이스의 건축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프라이스가 건축을 통해 어떻게 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했는지, 쇠퇴한 공업지역을 어떤 방식으로 재활성하려 했는지 자세히 살필 수 있다. 현대 건축의 문을 활짝 연 프라이스를 탐구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공간을 경험하고 사용하는 방식을 색다른 시각으로 고찰해볼 수 있을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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