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 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리고 있다. 승승장구하는 넷플릭스와 달리 대항마인 토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주춤하고 있다. 최대 관심사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도 '티빙 2대 주주'인 KT가 결단을 미루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넷플릭스가 21일(현지시간) 발표한 실적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02억4700만달러(한화 14조7300억원 상당)로, 전년 동기보다 16.0% 증가했다. 4분기 순이익은 18억6900만달러(2조6800억원), 주당순이익(EPS)은 4.27달러(6136원)를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애널리스트의 평균 예상치(매출 101억1000만달러, EPS 4.20달러)를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글로벌 유료 가입자 수는 4분기에만 1891만명이 증가해 총 3억163만명을 기록했다.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수가 3억명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리트어카운트가 예상한 2억9090만명을 뛰어넘었다. 하나의 넷플릭스 계정을 가구 구성원 여러 명이 통합해 이용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실질적 가입자수는 더 많은 셈이다. 넷플릭스 측은 "7억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전 세계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넷플릭스의 연간 매출도 큰 신장을 보였다. 매출은 전년 대비 16%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6%포인트 상승한 27%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100억달러(14조3650억원)를 넘어섰다. 넷플릭스의 올해 전망도 밝다. 연간 매출 전망치는 435억~445억달러(62조5000억∼63조9000억원)로 이전 전망치보다 올려잡았고, 연간 영업이익률도 1%포인트 높인 29%로 제시했다.
넷플릭스의 호실적에 주가도 시간외 거래에서 14% 이상 급등했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실적을 견인한 요인으로 K-드마라인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주요하게 보고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4분기 시청수가 1억6570만이다. 공개된 뒤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시리즈 부문 영어, 비영어 통합 1위를 차지했고, 93개국 톱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오징어 게임' 시즌1 또한 역주행을 불러오며 순위권에 들었고, 시즌3도 올해 안에 공개될 예정이라 기대감이 높다. 다만, 시즌 2 공개 효과는 조금씩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 주간 사용자수(안드로이드 기준)는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공개된 지난해 12월 4주차 555만3974명에서 올해 1월 2주차에는 493만610명으로 감소했다. 사용자수 점유율도 같은 기간 19.81%에서 17.63%으로 줄었다.
반면 지난해 상반기 드라마 흥행가도를 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던 티빙은 하반기에는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티빙은 다음달 12일 경영실적을 발표한다. 모바일인덱스 월간 사용자수(안드로이드 기준)를 살펴보면 티빙의 지난해 12월 사용자수는 445만여명이다.
대신증권은 티빙이 지난해 502억원 상당 적자를 기록하고 올해도 111억원 상당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토종 OTT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추진되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말 두 OTT의 모회사인 CJ ENM과 SK스퀘어가 웨이브에 2500억원을 투자하고, 티빙 출신 이양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웨이브로 파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티빙의 2대 주주인 KT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는 합병에 신중한 입장이다. IPTV를 비롯해 연관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합병에 따른 이해득실 계산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네이버멤버십 제휴로 사용자 확대에 나선 것에 비해 티빙은 올해 3월 제휴가 종료돼 사용자 이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기대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웨이브와 합병을 여전히 추진 중인데 최근 업계 상황을 고려할 때 합병 효과가 당초 기대보다 약해질 수 있는 점은 아쉽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