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고려아연 기술진들과 노조는 영풍·MBK가 인수할 경우 사퇴·총파업 등의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여서 임시주총 결과에 따른 후폭풍도 예상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예정대로 다룰 예정이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통과되면 오는 3월 열리는 정기주총에서는 적용 가능하다.
고려아연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임시주총 집중투표제에 대한 '의안상정금지 등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일부 기각 결정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과는 무관한 사항"이라며 "소수주주 보호·권익 증대라는 취지에 맞춰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을 적극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경영권 향방의 핵심인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 안건은 특별결의 사안으로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해 부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영풍·MBK가 46%대, 고려아연이 40%대로 추산된다. 집중투표제 적용이 안된다는 점에서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영풍·MBK의 우세가 점쳐진다.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 노르웨이 정부연기금과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영풍·MBK 측 이사 후보 지지를 표명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진은 12명으로 고려아연 측 11명, 영풍 측 1명이다. 영풍·MBK는 이번 임시주총에서 14명, 고려아연은 7명의 신규 이사를 각각 추천했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영풍·MBK 측 추천 이사가 모두 선임되고, 고려아연 측 이사가 입성하지 못할 경우 영풍·MBK 측은 15명을 확보하게 돼 사실상 승부가 결정난다.
고려아연도 희망은 있다. 우선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측 3명, 영풍·MBK 측 3명의 추천 이사를 각각 지지했다. 또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집중투표제 안건을 비롯해 이전부터 고려아연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와 기대를 걸 만하다. 고려아연은 임시주총 직전까지 남은 기관들과 소액주주들을 설득해 박빙 승부를 만들어낸다는 의지다.
고려아연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방어에 성공할 경우 3월 정기주총서도 우위에 점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이사진 중 5명의 임기가 3월 만료돼 또 한 번의 표대결이 예고되는데, 여기서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돼 임시주총보다 여건이 나아질 수 있다.
현재 영풍·MBK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경영권 분쟁 결과에 따른 후폭풍도 예상된다. 고려아연 노조는 영풍·MBK가 인수할 경우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강구해 회사를 지키겠다고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또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은 작년 9월 기자간담회서 영풍·MBK와 함께할 수 없다며 기술진들이 모두 그만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아연 노조는 최근 성명을 내고 "MBK·영풍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성공할 경우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저희 핵심 기술진들이 함께하지 않을 것을 결의했다"며 "노조도 총파업을 포함해 어떠한 희생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를 저지하고 회사를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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