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균형 위한 사실상 핵무장 준비해야" 의견도
지도부 신중론 견지 "정책전환 의미하는 지 봐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하자,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남북 핵균형 정책을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런 의견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인사들로부터 제기됐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북한의 핵 보유를 실질적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지 않나"라며 "핵 균형이 깨진 것이고 크게 보면 안보 균형이 깨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도 핵을 없애는 방향으로 갈지 핵 균형을 맞추는 다른 방향으로 갈지는 대한민국이 결정할 문제고 미국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조 의원은 "꼭 그래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라면서도 "우리 정치권 일각에선 북한 비핵화를 아직 믿고 있는데 이런 표현은 이제 순진한 얘기"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핵보유국은 뉴클리어 웨픈 스테이트(nuclear weapon states)라고 하는데, 굳이 이 용어를 사용 하지 않고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 처럼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은 우리로서는 그리 나쁜 징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있는 북핵을 없다고 우기는 것도 잘못된 정책이고 이미 물건너간 비핵화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겠다고 접근 하는 것도 비현실적인 방법"이라며 "이제 남은건 남북 핵균형 정책을 현실화 시켜 우리가 북핵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길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나경원 의원은 '핵무장론'을 거론했다. 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어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만찬 행사로 바쁜 하루를, 오늘은 아침부터 미 의회 상·하원 의원들과 면담으로 바쁜 일정이었다"며 "주요 인사를 만나면서 점점 더 확신이 드는 것은 그들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강한 의지와 이제는 북한이 사실상 핵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국은 핵균형을 위한 사실상 핵무장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운이 걸린 하루하루"라고 강조했다.
지도부는 거리를 두며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21일) 기자들과 만나 "당 입장에서는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트럼프 정부가 이날 출범했으니 그게 정책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르며 첫 임기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잘 지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어 "그들은 그게(북한이) 엄청난 위협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는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세력)다. 우리는 잘 지냈다. 그가 내가 돌아온 것을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