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누적 평균 손해율 83.3%
경상환자 제도 개선 소용없어
당국 압박에 적자전환 우려 쑥
경상환자 제도 개선 소용없어
당국 압박에 적자전환 우려 쑥
자동차보험 보험손익이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기로에 섰다. 코로나19 장기화에 힘입어 자동차보험 부문이 흑자를 이어간 가운데, 지난해 손해율 악화와 한방병원에 경상환자들이 몰린 탓에 흑자 규모가 크게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2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점유율이 85%에 달하는 대형 손보사 4곳(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지난해 연간 누적 평균 손해율은 83.3%로 집계됐다. 1년 전(79.8%) 대비 3.5%포인트(p) 치솟은 수준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보면 대형사의 평균 손해율은 93%대로 심각했다. 폭설 자동차 사고 급증으로 손해율이 크게 악화한 영향이 컸다. 현대해상의 손해율이 98%로 전달(11월)과 같이 100%에 달하며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삼성화재(94%), KB손해보험(93%), DB손해보험(88%) 순이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통상 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을 78~82%로 본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와 비교해 대형사들의 손해율 타격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중소형사와 비대면 전문사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자동차보험 기준 손실을 나타낼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연간 누적 기준 중소형사 중 부실기업인 MG손해보험(114.7%)과 함께 메리츠화재와 한화손해보험은 각각 82.6%, 83.8%로 나타났다. 두 회사의 손해율이 전년 동기 대비 각 1.7%p, 2.6%p 치솟는 등 보험손익 악화 추세가 지속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자동차보험 보험손익의 흑자 규모는 줄었던 바 있다. 1년 전(5559억원)보다 2237억원(-40.2%) 감소한 3322억원을 기록했다. 지급보험금 증가와 함께 3년 연속 보험료 인하한 영향에 부진한 영업 실적을 보인 것이다. 상반기에만 손해율이 80.2%로, 전년 연간 수준(80.7%)에 달하는 등 손해율 상승 추세가 예년에 비해 가팔랐다.
대형사의 지난해 상반기 흑자 규모도 크게 줄었다. 현대해상이 770억원으로 가장 많이 흑자 규모가 줄었으며, 이어 삼성화재(-533억원), KB손해보험(-383억원), DB손해보험(-188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중소형사 역시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156억원), 롯데손해보험(-39억원) 등의 이익 규모가 줄었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상반기에 적자 전환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경상환자 관련 제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실적에 부담 요소라고 말한다. 경상환자의 인당 치료비는 2023년 진단서 제출 기준을 깐깐하게 하는 등 제도 개선안을 시행하면서 감소세를 보였다가 1년 만에 증가 전환했다. 지난해 가벼운 교통사고에도 입원하는 '나이롱환자'가 한방병원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방병원의 인당 치료비는 104만8000원으로 양방(33만3000원)의 3배 이상이었다. 대형 손보사의 자동차 사고 경상환자(12~14급) 치료비는 9559억원가량으로 1년 전보다 7.7% 증가했다.
올해 자동차보험 손익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는 자동차 정비수가가 2.7%가량 치솟은 데 더해 4년 연속 인하까지 추진하고 있다. 상생금융 동참 차원에서 최대 1% 안팎으로 보험료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최대 3% 수준으로 내린 데 이어, 올해는 3월 책임개시 계약 건부터 1% 인하를 적용하기로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실적이 악화함에도 불구, 당국 압박에 보험료를 올려야 함에도 또 내리면서 적자 전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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