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음식으로 세계사 다시 읽기](http://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2302102369058001[1].jpg "[논설실의 서가] 음식으로 세계사 다시 읽기")
다른 방식으로 먹기
메리 I. 화이트·벤저민 A. 워개프트 지음 / 천상명 옮김 / 현암사 펴냄
음식과 요리에 대한 관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먹방, 맛집 탐방과 요리 대결 등의 콘텐츠는 늘 인기다. 한 접시의 음식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우리 앞에 다가온다.
'다른 방식으로 먹기'는 문화인류학자인 엄마와 역사학자인 아들이 안내하는, 음식의 새로운 세계를 다룬 음식 인문 교양서다. 음식의 이야기들을 시대와 나라를 넘나들며 풀어낸다. 두 저자는 농업의 기원에서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 속에서 음식이 어떻게 다뤄졌고, 어떤 기능을 해왔는지를 야망, 호기심, 무모함 등으로 점철된 인류 역사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일상적으로 먹고, 마시고, 요리하는 음식과 그 재료들을 우리의 식탁을 규정해온 사회적 규범과 연관지어 음식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고대 제국의 일부 상류층은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권력을 상징적으로 과시했다. 로마인은 정복한 지역의 식문화를 야만적이라 여겼지만, 연회석에서는 그 '야만적인' 요리를 차려내 지배자의 힘을 과시하는 용도로 활용했다. 또 설탕은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지만,한때 식민지 플랜테이션에서 사탕수수를 심고 수확했던 노예들의 애환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책을 읽다보면 음식이란 아주 오래된 사회문화적 산물이자 매개체라는 점을 깨닫는다. 허쉬는 어떻게 초콜릿의 대명사가 됐을까? 베네딕토회 수도승들은 왜 맥주를 적극 추천했을까? 일본 도쿄에서 요리를 할때 절대 생선 배부터 가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답이 담겨 있다. 저자들은 고대 페르시아와 그리스 간에도 음식을 둘러싼 미묘한 기싸움이 있었다고 말한다. 페르시아 제국은 비옥한 영토, 지리적인 이점, 목축의 발달 등으로 생태문화적으로 풍부하고 균형 잡힌 요리가 발전했다. 그 시기는 당시 그리스 아테네 전성기와 겹쳤고, 페르시아는 그런 그리스인들을 초대해 코스별 고기와 설탕, 꿀로 범벅된 디저트를 대접하는 등 세련된 식문화를 보여주며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고자 했다. 그들의 식문화를 두고 그리스는 지나치게 화려하며 탐욕적인 것으로 평가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페르시아에서 쓰였던 양념으로 만든 고상한 요리들이 그리스에 발전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페르시아의 식문화가 자리잡게 됐다. 이는 음식을 통해 고대 페르시아 왕국의 영토 장악력과 영향력을 직관적으로 잘 보여준다. 페르시아뿐만 아니라 연회석에서 지배국의 음식을 전시한 로마 상류층, 산 정상으로 노예를 보내 얼음 간식을 가져오게 한 중국 왕족에 관한 이야기 또한 음식의 상징성을 드러내고 있다.
같은 식재료를 두고도 사람마다 떠올리는 추억이 다 다르다. 그 재료들의 조합으로 만들어낸 음식은 더더욱 그렇다. 지역별로, 세대별로 경험한 식재료와 식문화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우리가 어떤 음식을 기억하는 데 단순히 무엇을 먹었는지가 아닌 무엇을 '언제' '누구'와 먹었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음식은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져온 사람의 발자취다. 책을 덮고 나면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과 식재료에 숨겨있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역사를 알게 될 것이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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