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진 산업부 재계팀장
![[현장칼럼] 총수 비난하면서 총수만 찾는 노조](http://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2302102369064001[1].jpg "[현장칼럼] 총수 비난하면서 총수만 찾는 노조")
그런데 이처럼 총수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을 서슴지 않으면서, 결국 이들이 총수들에게 요구하는 것들은 성과급 분배, 해고자 복직, 고용 안정 등 자신들의 이권과 가장 맞물리는 것들이다. 스스로 총수를 깎아내리더니, 결론은 총수에게 기대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 회사 최고위층인 '총수'를 자극해 원하는 요구안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가장 몸살을 앓고 있는 기업 중 하나가 현대차그룹이다. 작년 10~11월에는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최근에는 현대제철 노조가 한남동 정의선 회장 자택 앞에서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시위 현수막을 내걸었다. 원색적 비난 문구가 담긴 현수막과 과격한 구호는 출근길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을 넘어 하루의 시작을 불편하게 만든다.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도 작년 7월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바로 앞에서 임금 인상과 성과급 분배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시 이 회장은 2024 파리올림픽 참관을 위해 유럽 출장 중이었다. '총수 자택 앞'이라는 상징성을 가졌는지는 몰라도, 결국 빈 자택 앞에서 '이재용 회장'을 외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기업들의 본사 앞도 민폐 시위가 벌어지는 대표적인 장소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이 위치한 강남역 사거리를 비롯해 현대차 양재 사옥 앞, 광화문 일대 주요 대기업 본사 앞은 현수막뿐 아니라 노조·시민단체들의 고성이 종종 들린다. 때로는 협상 주체가 회사가 아님에도 '회사'나 '총수'를 물고 늘어지는 경우도 있다. '대기업'이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악용하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과거 삼성 서초 사옥 앞에서는 상여 소리까지 틀어놔 "주변 어린이집 아이들이 따라 부른다", "노이로제 걸리겠다" 등의 불만이 온라인 카페에 올라오기도 했다. 작년 10월 중순엔 천안 원성동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일부 조합원들이 상복을 입고 삼성동 이해욱 DL이앤씨 회장 자택과 종로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쯤되면 이들이 자신들의 요구안을 주장하기 위한 것인지, 총수와 회사를 비난하기 위한 것인지 그 목적마저 불분명해진다. 제대로 된 요구를 관철하기보다 '귀찮으면 받아들여라'라는 행태로 보여질뿐이다.
현대차는 6년, 기아는 4년 연속 임단협에서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 냈다. 양사의 판매량은 글로벌 3위까지 올라섰고 실적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작년 '강성' 행태를 보였던 전삼노도 이후엔 투쟁보다 협상에 중점을 둔 전략을 내세우면서 임협 교섭 10개월 만에 합의점을 이끌어 냈다.
강성 노조나 시민단체들은 수차례 대화를 주고받고 협상 테이블을 꾸렸지만 자신들의 입장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주장을 한다. 이슈가 돼야 사측의 반응이 오는 만큼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논리도 내세운다.
하지만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방식의 시위나 집회는 정당한 요구조차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 오히려 대중의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협상의 우위는 원색적 비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상호 교감에 있다.
장우진 산업부 재계팀장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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