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기존 법인세 공제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고 배터리 기업들이 실질적인 현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세제 지원을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이 개정안은 전기차 캐즘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어려움이 커진 국내 배터리 산업에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한목소리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강조했다.
23일 정치권과 배터리 업계 등에 따르면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배터리 제조와 같은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를 '법인세 공제' 한 가지 방식으로만 규정한 것에서 나아가 '직접 현금 환급'이나 '제3자 양도 방식'으로 보완했다.
◇"법인세 공제는 무용지물"·글로벌 경쟁서 밀리는 K-배터리=현행법은 법인세를 깎아주는 방식에 국한되다 보니 배터리 기업들에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사업 초기 투자 비용과 꾸준한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구축까지 수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초기 단계에서는 세액공제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세액공제는 법인세를 내야 감면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영업이익이 거의 없거나 적자기 때문에 공제받을 세금 자체가 없는 것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법인세 감면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미국이나 프랑스, 캐나다의 경우 투자금에 대해 현금 환급이나 제3자 양도 등의 방식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나 미국 등은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는데 정작 글로벌 선두였던 한국은 적기에 지원을 못 받고 점차 밀리는 열악한 실정"이라며 "오히려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도움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는데 트럼프 취임 이후 이마저도 위태로워지고 있어 해당 법안의 빠른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정안 통과 시 수천억 원대 환급 가능=또 이번 개정안은 국가전략기술 지정 시점 이후부터 소급 적용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미 발의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다른 법안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소급 적용으로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 규모의 세액공제를 환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예상보다 길어지는 전기차 캐즘 상황과 미국 IRA의 축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추가 투자와 기술 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배터리 업계는 이번 법안 발의에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전기차 캐즘 이후에 다가올 슈퍼사이클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투자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빨리 통과돼야 한다"며 "그간 위축됐던 투자를 회복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게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의원은 정제련 시설 확보를 위한 해외자원개발 투자 시에도 세액공제를 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이 법안 역시 기업들의 안정적 필수 광물 확보를 보장하고 자원 개발에 필요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