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첫 증인으로 나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의 '내란 수괴' 의혹을 덜어내는 데 주력했다.
계엄 관련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장관은 23일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제4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서 출석해 윤 대통령의 헌법 위반 의혹을 방어하는 방향으로 증언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를 폐쇄하고 '비상입법기구'로 대체하려 준비했단 의혹 등을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달 3일 계엄선포 후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내 충분히 확보해 보고할 것,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지원금·각종 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할 것, 국가 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이란 윤 대통령 지시가 담긴 쪽지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김 전 장관은 이날 '(쪽지를) 누가 작성했느냐'는 윤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의 신문에 "제가 작성했다"면서 "(예비비는) 비상계엄이 발령되면 예상하지 못한 예산 소요가 나올 수 있단 판단 하에 기재부에 요청했다"고 답했다. 차단 대상 자금으론 "각종 보조금과 지원금"을 강조했다.
비상입법기구에 관해선 "헌법 제76조 나와 있는 긴급 재정 입법권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을 기재부 내에 구성"하란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송 변호사가 '아이디어 차원이냐'는 취지로 묻자 "그렇다"며 "평상시 대통령께서 (입법 등) 막혀있는 거 뚫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는 말씀 몇번 들었다"고 했다.
국회로 경찰력에 계엄군까지 투입한 것에 관해 김 전 장관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의원) 150명 안 되도록 (출입)막으라'고 한 적 있느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사상자가 생길 수 있으니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이죠"란 물음에도 "그렇다"고 동조했다.
대리인단은 '본인은 3000~5000명 병력 동원을 건의했는데 윤 대통령이 경고용이라며 국회 본청에 250명 정도만 투입하라고 했는지' 취지로 물었고 김 전 장관은 "네"라고 수긍했다. '이래서 계엄이 되겠나' 생각했다거나, 출동한 병력들이 대통령 지침으로 인해 실탄을 개인휴대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국회·정당 정치활동 일체 금지', '전공의 등 의료인 48시간 이내 미복귀 시 처단' 등으로 논란이 된 '계엄포고령 1호'도 자신이 관사에서 워드 프로그램을 이용해 직접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검토를 거쳐 '통행 금지'는 삭제를 지시했는데, 나머지 내용엔 문제제기가 없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을 직접 신문하며 "(전공의 처단 등은) 실행·집행 가능성이 없는데 상징성이 있으니 놔두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헌재는 이날 계엄 사태 관련자들의 수사기관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하고, 부정선거 주장과 연루된 중앙선관위 관련 국가정보원의 기밀문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의 직접 신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