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부터 숙취해소 관련 식품은 인체적용시험과 같은 과학적 자료를 갖춘 경우에만 숙취해소 표시·광고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숙취해소 효과가 있는 것처럼 표시·광고할 경우 영업정지, 품목제조 정지 등의 행정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 내용은 식약처가 2023년에 가이드라인을 올리며 숙취해소제 업체가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인체적용시험에 통과한 곳은 HK이노엔의 '컨디션', 삼양사의 '상쾌환', 동아제약의 '모닝케어' 한독의 '레디큐' 등 대기업에 한정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약국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숙취해소제가 200여개 있는데, 중소 업체들은 인체적용 시험을 하기에 시간과 비용이 부담되는 만큼 사업을 접거나 우회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여명 808'을 파는 그래미는 인체적용시험을 하지 않아 올해부터 '음주 전후 숙취 해소' 문구 대신 '언제 어디서나 참 좋다'로 변경했다. 메디톡스의 숙취해소 유산균 '칸의 아침'은 아직 인체적용시험을 완료하지 못해 이달부터 판매를 중단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인체적용시험이 완료되면 판매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체적용시험은 숙취해소가 되는 소재 또는 제품이 혈중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와 혈중알코올 농도를 대조군 대비 효과적으로 분해시키고 감소시키는지 확인하는 시험이다. 해당 규제가 실행되기 앞서 식약처는 업계에 질의응답을 받았는데, 규제 유예기간을 연장해 줄 수 있는지, 규제가 시행되는 1월보다 늦은 2월에 완료 예정인데, 미리 표시·광고를 해도 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비용도 많이 드는데다 인체 적용시험 자료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시간을 맞추지 못한 곳도 있을 것"이라면서 "소비자들이 봤을 때도 입증을 한 업체 위주로 소비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서 시장이 어느 정도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체적용시험에서 HK이노엔, 삼양사, 한독 외에도 유한양행 '내일N스틱', 알리코제약 '다깼지', 동국제약 '이지스마트', 보령 '엑스솔루션', 대웅제약 '퍼펙트샷 쎈' 등도 식약처의 기준을 통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숙취해소제의 제형이 여러 개가 있는 경우에는 소재를 기준으로 적용 시험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HK이노엔은 제품군이 아닌 '미배아발효추출물', '헛개나무열매추출물' 등 기존에 쓰던 주원료에 추가 성분을 배합한 신규 소재를 만들어 인체적용시험을 마쳤다. 삼양사의 '상쾌환'도 숙취해소 효과를 입증한 '글루타치온'에 대한 인체적용시험을 통과했다.
숙취해소제 업계는 이번에 인체적용시험을 통과한 성분을 바탕으로 신규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HK이노엔은 새로 추가한 소재에 디자인 패키지를 심의받아 컨디션 스틱은 이달에, 음료는 3월에 새롭게 출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과 대학교 개강이 시작되는 3월, 축제시즌인 5월에 숙취해소제 매출이 오른다"며 "식약처 규제로 인증을 못받은 곳들은 아무래도 이 시기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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