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IB)부문 강자 메리츠증권이 개인 고객을 대상한 리테일 부문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고액자산가까지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슈퍼365 계좌의 예탁자산은 지난 17일 기준 3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달 초 3조원을 돌파한 뒤 약 보름 만에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됐다. 매주 4000억~5000억원의 자금이 불어나고 있다. 최근 4조원을 넘겼을 것으로 관축된다.
단기간에 많은 자금을 유인할 수 있었던 건 '완전 수수료 제로'라는 공격적인 이벤트 영향이다. 거래수수료가 무료인 증권사는 존재하나, 거래수수료에 환전 수수료까지 증권사가 부담하는 곳은 메리츠증권이 유일하다. 메리츠증권은 오는 2026년 12월 말까지 국내·미국 주식과 달러 환전을 수수료 없이 무료로 거래하는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메리츠증권이 수수료 무료 이벤트로 발생하는 비용이 연간 1000억원일 것으로 추산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수수료뿐만 아니라 환전 수수료까지 무료로 제공할 수 있다는 건 회사에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라며 "메리츠증권은 그간 높은 이익을 창출해왔고 메리츠금융지주가 오너 회사여서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2022년 국내 증권사 중에서 유일하게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IB부문에서 홀로 두각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2023년부터 PF시장 부진으로 수익성이 하락하자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리테일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메리츠증권은 기존 장원재 단독대표 체제에서 지난해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하면서 IB와 세일즈앤트레이딩(S&T) 리테일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해 말 조직개편으로 리테일본부를 부문으로 격상시키고 리테일부문장에 이경수 전 리서치센터장을 임명했다.
이와 함께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자회사의 전문경영인이 외부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기에 이 같은 파격적인 이벤트를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증시 한 관계자는 "CEO는 자신의 재임 기간에 회사의 영업이익을 줄여가면서 연간 1000억원이 넘게 들어가는 이벤트를 시행하기가 쉽지 않다"며 "영업이익 감소로 책임을 물어야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내 대형 증권사 중 메리츠증권만 리테일이 가장 약하다"며 "장원재 각자대표의 주도 하에 리테일 사업부를 확실하게 밀어주고 있고 회사의 내부의 분위기도 의사 결정이나 실행이 빠른 편"이라고 전했다.
메리츠증권은 이를 시작으로 고액자산가 영입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연내 패밀리오피스와 부유층 고객을 커버하는 새로운 조직도 신설한다. 장 각자대표가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밝힌 고액자산가 대상 자사 금융상품은 상반기 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금융상품은 메리츠증권이 자기자본으로 투자하는 거래에 고객이 동참할 수 있도록 설계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타사의 패밀리오피스는 절세, 증여 등에 초점이 맞춰진 컨설팅이었다면 메리츠증권은 저희만의 투자솔루션을 통해 차별화된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