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경영권 다툼의 당사자인 MBK파트너스(이하 MBK)에 대타협을 제안했다. 장기적인 소모전은 회사의 가치만 떨어뜨릴 것이라며, 미래 신사업 프로젝트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에서 금융-산업자본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이사회 진입의 기회를 제시했다.
다만 MBK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해, '소송전'과 '대타협'을 놓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MBK를 더 이상 적이 아닌 새로운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며 "MBK가 대타협을 받아들인다면 함께 회사의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MBK가 원한다면 경영 참여의 길도 열어놓겠다.이사회를 MBK에게 전향적으로 개방할 것"이라며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고, 이 약속은 다음 이사회에서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MBK가 대타협을 받아들일 경우 사모펀드의 금융자본 경쟁력과, 고려아연의 산업자본 경쟁력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미래 3대 신사업으로 제시한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2022년 제시한 신재생 에너지·그린수소, 폐기물 리사이클링, 2차전지 소재사업 등의 3대 사업으로 2033년까지 11조9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세웠다.
그는 "트로이카 사업을 위해 조달해야 하는 자금의 크기가 있다.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데 MBK와의 협업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자금 조달 방안은 여러 가지로 고민 중으로, PE펀드의 자금을 이용하는 것도 충분한 옵션 중 하나다. MBK와의 협력 관계의 방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MBK는 사모펀드로서 성공한 회사다. 금융자본의 일환으로서 이를 운용하고 발전시켜나가는 데 기여했다"며 "금융자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산업자본에 대한 깊은 이해를 섞을 수 있다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MBK 측은 이날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최 회장과 박 대표를 비롯해 신규 순환출자 형성에 가담한 관계자들을 공정거래법 위반·배임 등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고려아연은 임시주총 전날인 지난 22일 최 회장 측이 지배하는 영풍정밀이 자사와 최씨 일가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33%를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장외거래로 매도해 '영풍→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H)→SMC→영풍'의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했다. 상법상 고려아연 지분 25.4%를 보유한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임시주총은 고려아연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회사 구성원, 지역사회, 협력업체, 국민·주주들 모두 장기적인 소모전은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경우 회사의 경쟁력 하락도 걱정 중 하나로 현 주주인 MBK·영풍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회사의 경쟁력 강화와 고용 안정, 안정적인 성장은 공동의 목표로 서로 협력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MBK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둘 중 하나는 죽고, 상처를 입고, 다치는 과정 등의 소모적인 전쟁을 원한다면 전 임직원과 기술진, 노조는 절대로 그 전쟁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생의 길은 무엇인지 공멸은 무엇인지 깊은 고민을 해 달라"고 강조했다.
SMC의 영풍 지분 취득에 대한 MBK 측의 '법적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SMC는 고려아연의 100% 자회사로, 고려아연 경영권이 사모펀드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지분을 취득한 것"이라며 "영풍 주식은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2다. SMC의 매입단가는 과거 3년간 평균의 50%로 이하로 미래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SMC의 영풍 지분 취득 목적은 SMC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MBK 측에서 고발하겠다면 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박기덕(가운데)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장우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