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이후 현재까지 각 정당의 지지율을 조사하는 여론조사는 큰 태풍을 만난 듯이 혼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상계엄 직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점까지는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큰 차이로 앞서 나가다가, 이후 윤 대통령이 체포되고 구속되면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역전하는 이른바 '골든 크로스'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24일 케이스탯리서치가 조선일보의 의뢰로 지난 21~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응답률 16.6%)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41%, 민주당 지지도는 33%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민주당의 지지율을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밖에서 훌쩍 앞선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연령대별로 20~40대는 민주당의 지지도가 더 높았으나, 50대부터 70대까지의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큰 격차로 앞서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를 의뢰·수행하는 기관에 따라 결과에 일정 편향이 생기는 '하우스 이펙트' 효과도 무시할 수는 없으나, 공신력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이른바 '3대 여론조사'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발생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100명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39%, 더불어민주당은 36%로 각각 집계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0~22일 조사해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8%로 민주당(35%)을 2주 연속 2%포인트 앞섰다. 리얼미터가 지난 16~17일 진행한 여론조사(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선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이 각각 46.5%와 39%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는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론이 48.6%로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론(46.2%)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기도 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같은 역전 현상에 대해 민주당은 '국민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몸을 낮추면서도 여론조사 업체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관리 법안을 발의하는 등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도 '보수층의 과표집'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일각에서는 부정선거 의혹 등 이른바 '극우층'의 논리에 동조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친명(친이재명)계에 밀려 당 외곽으로 밀려났던 비명계 인물들도 조금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따끔한 국민적 경고"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에 비하면 상상할 수 없는 결과다. 그만큼 국민들이 지금 상황을 절박하게 보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전날인 23일 박광온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설립한 싱크탱크인 '일곱 번째 나라 LAB'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해 "전대미문의 상황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민주 개혁 세력이 여론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여론조사가 우리에게 심각한 민심을 보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어느 한 사람이나 어느 한 사고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다원주의를 지향하면서 폭력적인 언행을 용납하지 않는 것을 국민께 똑똑히 보여 드려야 한다"고도 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여론조사검증 및 제도개선특위 주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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