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멸망까지 남은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구 종말 시계'(Doomsday Clock)의 초침이 한 칸 더 움직였다. 미국 핵과학자회(BSA)는 28일(현지시간) '지구 종말 시계'의 초침을 자정 89초 전으로 옮겨갔다고 발표했다.
핵과학자회는 핵전쟁, 기후변화, 생물학적 위협, 인공지능(AI) 등 신기술로 멸망할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1947년부터 '지구 종말 시계'의 시간을 발표하고 있다. 이 시계의 자정은 지구가 멸망하는 시점을 의미한다. 이번에 발표한 89초는 1947년 이래 가장 짧은 것으로, 작년 90초에서 1초 앞당겨진 것이다.
핵과학자회는 시간을 앞당긴 이유로 핵전쟁 위험을 들었다. 러시아가 미국과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이행을 중단하고, 중국은 핵무기를 빠르게 늘리고 있는 데다 미국도 핵무기 확대로 기우는 등 주의를 당부하는 역할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AI를 무기에 접목하려는 시도,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우선순위 하향 조정, 위험한 생물학 연구에 AI 사용 등도 멸망을 앞당기는 배경으로 짚었다. 한편 '지구 종말 시계'는 처음 시작한 1947년에는 자정까지 7분이 남았지만, 소련이 핵폭탄 시험에 처음 성공한 1949년 자정 3분 전으로 조정했다.
인류가 멸망에서 가장 안전했던 해는 미국과 소련이 전략핵무기 감축에 합의한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을 체결한 1991년으로 당시 시간은 자정 17분 전이었다.
2020년 이후에는 100초 전으로 유지해 왔다가 2023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90초로 당겨졌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