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가전 매출 순이익 ↑
현대차·기아, 현지화차량 양산
현대차·기아, 현지화차량 양산
삼성·LG전자부터 현대차, HL만도 등 국내 제조업을 대표하는 가전·자동차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며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조금 축소, 관세 부과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사업 차질이 우려되는 가운데 인도 시장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인도서 인공지능(AI) 에어컨 2025년형 신제품 19종을 선보였다. 한 겨울에도 영상 20도를 넘나들고 여름에는 50도에 육박하는 인도는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에어컨 시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AI 기술로 최대 30%의 에너지를 절약해주고, 실외 온도가 58도에 달하더라도 냉방을 보장한다는 극한의 에너지 효율성을 강조했다. 또 빅스비 음성 지원과 함께 AI 음성비서 서비스인 알렉사·구글 홈도 지원하는 등의 편의기능을 앞세워 재택 근무자들에게 어필했다.삼성전자는 이달 중 9㎏ 용량의 현지 맞춤형 세탁기 신제품도 선보이며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인도법인(SIEL)은 작년 3분기 누적 매출 13조5000억원, 당기순이익 1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0%, 25.3% 각각 증가해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 순이익이 1조원을 넘긴 것은 2023년(1조1500억원)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이 나온다.
인도 최대 가전 기업으로 꼽히는 LG전자는 올 상반기 중 상장을 추진한다.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현지 투자로 연결해 14억 인구의 시장 잠재력을 현실화시킨다는 전략이다. LG전자 인도법인(LGEIL)은 작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9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0.9% 증가했다.
올 초에도 TV를 최대 44% 할인해주는 등 대규모 프로모션을 추진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인도의 에어컨 보급률이 10%가 채 안되고, 70~80%는 냉장고·세탁기 없이 살고 있다. 이들에게 이들 제품을 보급해주고 싶다"며 "(상장 후)공장도 많이 짓고 현지 완결형 사업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인도서 국민 브랜드,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종에서도 한국 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HL만도는 작년 3분기 인도서 2232억원의 매출을 올려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9.6%, 전 분기보다는 13.0% 각각 늘어난 숫자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10%)도 유럽(8%)을 뛰어넘었다.
주력 고객사인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현지 자동차 업체도 적극적으로 개척한 것이 실적 성장세의 동력이 됐다. HL만도 측은 "현지 인도 완성차업체의 강력한 수요에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역시 작년 10월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로 상장한 이후 현지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3륜차와 마이크로 4륜 전기차(EV)의 양산을 추진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현지화 전략을 제시했다. 또 2022년 인수한 옛 GM 공장도 연내 가동에 들어갈 예정으로, 연간 10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기아는 최근 인도서 글로벌 전략 모델 시로스의 양산을 시작했다. 시로스는 전장 4m 이내의 소형 SUV로, 작년 12월 인도 사전계약에서만 1만대를 돌파하며 흥행을 예고했다. 기아는 시로스와 비슷한 차급의 쏘넷이 작년 인도서만 9만대 이상 팔리며 자사 모델 중 1위를 기록한 만큼, 이번 시로스도 흥행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기아는 올해 연간 글로벌 판매 목표로 작년보다 4.1% 증가한 321만6000대, 이 중 인도 시장은 22.4% 확대한 30만대로 각각 제시했다. 이는 전 세계 주요 지역 중 가장 큰 성장 목표치로, 두자릿수 성장폭을 제시한 곳은 인도 외에 러시아(14.2%)뿐이다. 현대차·기아는 현지 승용차 시장에서 합산 점유율 약 20%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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