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체증보다 충전이 더 지옥 같았어요"… 전기차 귀경 `이중고`

입력: 2025-01-30 14:47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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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충전소 자리 부족해 불편
앱 이용해 찾아가니 고장난 곳도
"충전 문제로 일정 꼬이기도 해요"

설날이었던 지난 29일 경기도 고양시 한 휴게소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현대차 아이오닉 6가 충전을 하고 있다. 비어있는 다른 한 쪽은 시스템 오류로 충전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전기차로 설 명절 귀경길 나서보니

올해 설 명절 귀성·귀경길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전기차를 찾아볼 수 있었다. 관광지를 가도 3~4곳 정도 제공되는 전기차 전용 주차공간엔 충전할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과거 전기차 편의를 위해 마련했던 전용 공간은 오히려 불편함만 안겨줬다.

공간 부족과 부실한 충전기기 관리로 인해 전기차 운전자들은 도로 위에서 짜증만 늘어갔다. 실제로 지난 29일 설 당일 도로와 휴게소에는 귀성길 혹은 여행길에 오른 자동차로 붐볐다.

수년 전까지는 장거리 운행이라는 특성 때문에 이전엔 주행거리가 넉넉하고 주유가 용이한 내연기관차가 대세였다. 그러나 이번 설 연휴에는 옆 차선에서 달리는 전기차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의 누적대수는 68만4244대에 이르렀다. 아직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등을 포함한 전체 자동차 누적등록대수(2629만7919대)의 2.6% 수준이지만,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파란색 번호판이 낯설지 않을 만큼 자주 보였다.

설날이었던 지난 29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 인근에 테슬라 모델 Y가 세워져 있다.

가장 자주 볼 수 있었던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 Y와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였다. 모델 Y는 지난해 국내에서 1만8718대가 판매돼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로 등극했고, 아이오닉 5는 2021년 국내에 처음 출시된 이후 작전 말 기준 전기차 중 가장 많은 누적등록대수(8만4931대)를 기록 중이다.

다소 짧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와 충전소 부족으로 주로 출퇴근 시 사용되던 전기차가 장거리 운행을 해야 하는 귀성·귀경길에도 쓰인다는 건 의미가 있다. 모델 Y의 주행가능거리는 최대 449㎞, 아이오닉 5는 485㎞다. 날씨와 교통체증이라는 변수만 없다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충전 없이 한 번에 이동 가능하다.

설날이었던 지난 29일 경기도 고양시 한 휴게소에 위치한 테슬라 전기차 충전소 수퍼차저에서 전기차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가성비 전기차로 꼽히는 기아 EV3와 KG모빌리티 토레스 EVX도 400㎞ 이상 주행 가능하며, 아이오닉 6는 524㎞, 폴스타 4는 590㎞까지 주행할 수 있다.

필자도 이 같은 주행거리를 믿고 전기차로 귀경길에 나섰다. 직접 겪어본 결과 전기차 충전이 가장 힘들었다. 차량이 몰리는 연휴여서인지 휴게소에는 빈 전기차 충전소를 찾아볼 수 없었고, 충전을 기다리는 전기차가 주인 없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그나마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해 겨우겨우 도착한 충전기는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고장이 나 있었다.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 인근에서 만난 한 전기차 소유주는 "전기차로 장거리 운행을 할 땐 미리 주행가능거리를 계산하고 어디서 충전을 할지 계획해 놓는다. 하지만 자리가 없거나, 충전기가 고장 나 충전을 할 수 없다면 계획이 틀어지게 돼 일정이 꼬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충전기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치된 충전기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도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구축된 전기차 충전기는 누적 40만5000기다. 전기차 충전기가 증가함에 따라 충전기당 전기차 대수를 의미하는 '차충비'도 2023년 12월 1.9대에서 지난해 12월 1.7대로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전기차 소유주의 충전 만족도는 낮았다. 지난해 5월 한국환경공단이 발표한 '전기차 및 충전 인프라 보급 확대를 위한 사용자 설문조사 보고서'에서 응답자의 절반은 전기차 충전소 접근성으로 불편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중 충전시설 부족이 38.6%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충전질서 부족(21.2%), 충전기 고장(14.3%), 충전 속도(9.2%) 등이 뒤따랐다. 또 전기차 불편사항으로는 충전이 29.0%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글·사진=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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