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두 번째 '내란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기소되면서 특검의 명분이 약해졌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1차 내란특검법을 포함해 총 7차례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게 된다.
정부는 31일 국무회의를 열고 내란특검법 거부권을 상정해 의결할 방침이다. 지난 18일 정부로 이송된 내란 특검법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다음 달 2일까지다. 매주 화요일 개최되는 국무회의 일정과 지난 26~30일이 설 연휴 기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검법 거부권을 상정할 수 있는 날짜는 이날이 유일하다.
당초 2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상정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지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아 '숙고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다뤄지지 않았다.
최 대행은 2차 내란 특검법도 여야가 합의했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 시각차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1차 내란특검법이 폐기된 이후 마련한 수정안에 특검 후보를 여야가 아닌 대법원장이 추천하도록 했으며, 수사 대상도 11개에서 외환 혐의와 내란 선전·선동 혐의 등을 삭제해 6개로 줄였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국민의힘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2차 내란 특검법도 위헌적 독소 조항이 다분하다며 법안 처리에 반대했다.
또 검찰이 지난 26일 윤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 점이 특검법 거부 사유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을 거쳐 법원으로 공이 넘어갔기 때문에 별개 특검 수사가 특검의 보충성·예외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최 대행과 정부 측의 논리는 국민의힘과 비슷하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사대상인 윤 대통령은 이미 구속 기소됐다"며 "특검을 발족해도 수사 대상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최 대행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특검법 수용을 압박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특검법을 거부한다면 국민의힘과의 결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 대행은 오판하지 않아야 한다.민주당의 경고를 길들이기 정도로 여겼다간 돌이킬 수 없다. 특검을 수용해 당당함을 보이라"고 밝혔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