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최 대행에게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며 "최 대행이 당의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기소돼 있는 만큼 특검을 추진할 필요가 없고 최 대행이 요구한 여야 합의 조건도 충족하지 못했기에 거부권 행사는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원내대표는 "아시다시피 특검법을 만들 때 누구를 수사하기 위한 것이었냐를 생각해 보면 윤 대통령인데 이미 구속 기소된 상태"라며 "특검을 발족시켜도 수사할 대상이 없다는 측면에서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대행은 또 여야 합의를 요구했는데 더불어민주당 일방의 강행 처리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특검법은 국민의힘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는 안 된다고 맞섰다. 그간 정부·여당이 문제 삼았던 위헌 요소를 제거했는데도 거부권을 거론하는 건 애초에 특검을 받을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설 민심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검법은 그동안 제기됐던 법적 시비의 소지도 없고 내용적으로도 국민의힘 요구 사항을 대폭 반영했다"며 "합리적 관점에서 볼 때 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이유를 전혀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김 최고위원은 특검법 수용을 압박하면서도 탄핵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김 최고위원은 '최 대행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탄핵을 추진할 것이냐'는 물음에 "그 문제에 대해서는 그간 원내대표가 얘기했던 선에서 추가적으로 말씀을 안 드려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최고위원은 "굳이 최 대행이 (거부권 행사라는) 잘못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제해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도 했다.
앞서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 대행이 위기 극복을 위한 역할을 기꺼이 하지 않는다면 비상한 각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탄핵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와 함께 당 지도부의 일원인 김 최고위원은 이날 강력한 경고를 하지 않은 셈인데 국무위원 '줄탄핵' 등 강경일변도 공세가 지지율 상승세를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 대행은 이르면 31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특검법 처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당초 최 대행은 여야 합의가 있어야 특검법을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해 온 만큼 현재로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야는 특검법이 국회로 되돌아올 경우 각자 셈법에 따라 '이탈표'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이탈표 단속에 나서고 민주당은 단일대오를 흐트러뜨려 재표결 통과 가능성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춰 적절한 시기를 저울질할 예정이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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