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파월 대립각에 세계 금융시장 불확실성 갈수록 커져
"사퇴 요구해도 내년 5월 임기 종료 전까지 물러나지 않을 것"
"사퇴 요구해도 내년 5월 임기 종료 전까지 물러나지 않을 것"
![[오늘의 DT인] 막오른 트럼프 정부와 기싸움… 美 연준 `독립성 지키기` 시험대 올랐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3002109963033006[1].jpg "[오늘의 DT인] 막오른 트럼프 정부와 기싸움… 美 연준 `독립성 지키기` 시험대 올랐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싸움이 본격화했다. 연준이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연준을 비판하며 '흔들기'에 나섰다.
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글로벌 최고 권력자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연준의 독립성 지키기에 사활을 건 글로벌 금융 최고권력자 파월 의장. 두 파워맨의 대립각에 세계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이날 처음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내려지자 2시간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 게시물을 통해 "파월 의장과 연준은 자신들이 인플레이션으로 만든 문제를 멈추게 하는 데 실패했다"며 "나는 인플레이션을 멈추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다. 재정적 측면 등에서 미국을 다시 강력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디이아이(DEI·다양·공평·포용)와 성 이데올로기, 깨끗한 에너지, 가짜 기후변화에 시간을 덜 썼다면 인플레이션은 결코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인데 우리는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고생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화상 연설에서 "유가가 떨어지면 금리를 즉시 내리라고 요구하겠다.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금리가 내려야 한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했지만 동결 결정을 바꾸지 못했다.
연준은 이날 지난해 9월부터 3차례 연속 이어온 인하 행진을 마무리하고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했다.
파월 의장은 FOMC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선 어떠한 반응이나 논평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부적절하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관련 질문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한 적도 없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인) 관세·이민·재정정책, 규제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의 정책 입장을 서둘러 조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연준의 독립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연준 조직의 비대함을 지적한 정부효율부(DOGE) 수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비판에는 일정 부분 반박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2기 정부 실세로 떠오른 머스크는 지난달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연준은 터무니 없이 인력 과잉"이라며 조직이 비대하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관련 질문에 대해 "우리는 매우 신중한 예산 프로세스를 운영하며 이를 완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추가로 언급할 내용은 없다"고 답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연준의 독립성 문제가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사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임명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지난 2018년 파월 의장이 자신의 뜻대로 금리 결정에 나서지 않자 해임할 수 있다고 말하며 살벌한 기싸움을 벌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준의 독립성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기 집권 당시겪었던 '분노'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트럼프는 무역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연준에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 조치를 유도했지만, 연준은 집권 첫 해부터 오히려 금리를 반복 인상하며 달러화 강세를 초래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달러 약세를 유도해달라는 트럼프 행정부 요청과 정반대 결정을 내린 것이다. 계속된 압박에도 연준이 행정부를 따르지 않자 트럼프는 "중국보다 더 골칫거리가 연준이다", "내게는 연준 의장을 해임하거나 강등할 권한이 있다"는 등 노골적 발언으로 비판 수위를 높여왔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자신이 승리하면 파월 의장을 해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9월 연준이 0.50%포인트(p) 빅컷을 단행하자 이는 민주당에 유리한 '정치 행위'라고 비판했다. 파월 의장은 선거 등 경제 이외의 요인은 연준 정책 결정과 무관하다고 맞섰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퇴를 요구해도 내년 5월 임기 종료 전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기준금리를 2회 연속으로 낮춘 당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사임을 요구하면 물러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중앙은행 독립성 흔들기가 지속될 경우 시장에 불확실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그림자 의장'을 임명해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 전 레임덕을 만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강력한 금융규제 정책을 주도해온 연준의 마이클 바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은 이달 초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미국경제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은 통화정책에 개입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개입은 인사권과 더불어 연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여러 시도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월 FOMC 회의 결과가 연준이 보내야 할 격동의 한 해를 시작하는 서막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