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AI 등장에 美 정부 비상
엔비디아 칩, 中 수출규제 강화
우방국 日, 오픈AI와 투자 조율
인공지능(AI) 혁신의 공식이 깨졌다. 창업 2년도 안된 무명의 중국 스타트업이 최신 고사양 AI칩이나 수조원의 데이터센터 투자 없이도 세계 최고 수준의 AI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중국의 반격에 놀란 미국은 반도체와 AI 규제를 총동원해 중국 봉쇄에 나섰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오픈AI와 최대 250억달러(약 36조원)를 투자하는 협상을 벌이는 등 미국과 우방국 간 'AI 자본동맹'도 더 강하게 추진되고 있다.
'AI 붐'의 원톱 기업인 엔비디아 주가는 29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4.10% 떨어졌다. 고가의 AI칩 없이도 고성능 AI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중국 딥시크 충격으로 27일 16.97% 급락한 데 이어 28일 반등에 성공했지만 다시 회의적 시각이 불거진 영향이다.
딥시크는 앞서 10분의 1도 안되는 비용으로 오픈AI의 챗GPT와 맞먹는 AI 모델을 내놨다.
엔비디아는 '가성비 AI' 등장 자체도 악재지만, 이로 인해 미국이 대중국 AI칩 수출규제를 강화하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와 빅테크들도 비상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딥시크의 자국 지식재산권 도용 의혹을 공식 제기한 데 이어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데이터 도용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미 해군은 딥시크 앱 사용을 금지했고 이탈리아와 아일랜드 규제 당국은 딥시크 앱 신규 다운로드를 차단했다. 사실상 AI 패권을 둘러싸고 중국의 도전에 미국과 우방국이 연합전선을 형성한 것이다.
특히 MS와 오픈AI는 지난해 가을 오픈AI의 API(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빼내는 정황을 발견하고, 이 움직임이 딥시크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오픈AI는 "딥시크가 자체 AI 모델 V3를 기존 IT 기업보다 저비용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서비스 약관을 위반했다는 증거를 검토 중"이라면서 "딥시크가 '증류(distillation)' 기술을 활용해 자체 AI 모델을 훈련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증류는 AI 모델이 기존 모델의 출력 데이터를 활용해 학습하는 방식으로, 특정 AI 기술을 우회적으로 모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오픈AI는 AI 모델 개발자들에게 API를 판매하지만 중국에는 판매를 막고 있는데 일부 중국 이용자들이 제한을 우회해서 데이터를 빼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암호화폐·AI 차르(총책임자)인 데이비드 색스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딥시크가 오픈AI의 모델에서 지식을 추출했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딥시크는 최근 추론형 AI 모델인 '딥시크-R1'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AI 패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 칩의 중국 수출규제 강화를 추진한다. 딥시크가 확보할 수 있었던 H800에 이어 저사양 제품인 H20까지 수출 통제 범위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과 일본은 막대한 자본을 동원해 중국 밀어내기를 시도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와 미국 오픈AI는 앞서 오라클과 함께 AI 합작사 스타게이트를 설립하고 향후 4년간 5000억달러(약 718조억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에 AI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딥시크 쇼크는 단순한 지재권·데이터 도용 이슈를 넘어 AI 패권 전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중국은 훔치고 침입했다. 딥시크는 우리의 수출통제를 관세로 지원하지 않으면 두더지 잡기처럼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미국이 AI 기준을 설정하고 전 세계가 따르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획] `딥시크의 도발`… 미·중 `AI대전` 불붙었다](//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3102100131092001[1].jpg "[기획] `딥시크의 도발`… 미·중 `AI대전`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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