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옥중 설날'을 보내면서 여권 일부 등 보수층이 결속되는 모습이다. 여당 지도부에서도 면회를 간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고, 대통령실 전·현직 참모진들은 이미 면회를 신청했다. 원외 당협위원장 80여명은 윤 대통령에게 새해 편지를 전달했다. 지지층 역시 무당층이 감소하며 결집하는 양상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나온 검찰의 윤 대통령 구속 기소 결정, 극단적인 팬덤정치와 확증편향, 야당 독주에 대한 거부감이 결집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與 일부 면회 계획… 대통령실 전·현직 참모진은 이미 신청=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께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어 인간적 차원의 도리로서 기회가 되면 면회를 가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아직 구체적 계획을 잡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일부 의원들은 이미 서울 구치소에 윤 대통령 면회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석 비서실장과 김대기·이관섭 전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전·현직 참모진들도 마찬가지다. 면회는 31일을 전후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 구치소장의 허가는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여사는 면회와 관련한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29일 설 당일에는 윤상현 의원을 비롯한 원외 당협위원장 20여명이 윤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 구치소를 찾았다. 이들은 구치소 문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세배를 하고, 원외당협위원장 80명의 이름이 올라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윤 대통령에 전달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차례상에 떡국을 올리고 단체로 세배를 하기도 했다.
◇지지율도 결집= 방송 3사(KBS·MBC·SBS)가 설 연휴기간 실시한 정당지지도 조사에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KBS조사(한국리서치에 의뢰, 조사기간 24~26일,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민주당이 37% 국민의힘이 35%, MBC조사(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 27~28일, 표본오차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선 민주당 44% 국민의힘 41%, SBS조사(입소스에 의뢰, 23~25일,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1%포인트)는 민주·국민의힘 39%로 집계됐다. 무당층도 과거 조사와 비교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KBS조사는 연말에 비해 무당층(14%)이 7%포인트, SBS는 무당층(15%)이 지난 4·13 총선을 3개월여 앞둔 12월보다 8%포인트 적었다. 여야 지지층이 모두 결집한 것으로 분석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직접적인 (탄핵) 원인은 윤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과 리더십인데 본인들이 지지했던 대통령이 탄핵소추되고 구속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분노의 이유를 다른 데서 찾는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근인(가까운 원인)보다 중인(중간 원인)인 이재명 대표와 야당의 입법 폭주 또는 정쟁 측면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보고 싶은 정보만 보고 민심을 안 보는 확증편향, 팬덤정치 문제하고도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과표집도 있겠지만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하고는 경우가 다르다. 그때에 비해 지금은 민주당과 이 대표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는 점이 현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국회 제1당, 제3당인데 이들을 대안으로 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尹 변호인단과 대응고심=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설 연휴 기간 변호사들과 접견하며 향후 재판에 어떻게 대응할 지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구속된 상태에서 헌재의 탄핵심판에 이어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까지 받게 됐다. 탄핵심판은 앞으로 매주 2회씩 열리며, 형사재판은 이르면 31일 재판부를 배당하고 3월에 본 재판을 열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법원에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보석을 불허할 수 있고, 관련자 연락 금지 등 일정 조건을 달아 석방할 수도 있다.
탄핵심판 절차와 관련해선 일단 중지해달라고 요청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헌재법 52조는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면 심판을 정지할 수 있다고 정한다.
다만 탄핵심판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여서 헌재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는 관측이 많다. 심판 절차 정지는 당사자의 신청과 무관하게 헌재가 재량으로 결정한다.
일각에서는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윤 대통령이 형사재판에 임하지 않는 방안, 윤 대통령 측과 여권에서 편향성 우려를 제기해온 이미선·정계선 헌법재판관 등에 대한 회피를 촉구하는 방안 등도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
김세희·윤선영기자 saehee0127@dt.co.kr
국민의힘 '탄핵반대 당협위원장 모임'에 속한 원외 당협위원장 80명이 설 당일인 29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해 편지를 전달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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