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극단 정치 환경 속 포용이 앞길 여는 데 중요"
손 맞잡고 인사하는 등 다정한 모습 연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두 사람 간 만남은 민주당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비명계 인사들이 '이재명 일극체제'를 비판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예방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현장 분위기와 발언을 전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통합하는 행보를 잘 보여주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며 "지금같이 극단적인 정치 환경이 조성된 상황에서는 통합하고 포용하는 행보가 민주당의 앞길을 열어가는 데 매우 중요한 것 같다(고 하셨다)"고 했다. 이 대표도 이에 공감했다는 뜻을 밝혔다.
조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의 신속한 집행 필요성,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적절한 소통, 부산·울산·경남 발전에 대한 적극적 고민을 당 차원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고, 이 대표도 이에 화답했다"고 부연했다.
문 전 대통령이 통합 행보를 강조한 것이 친문(친문재인)계인 김 전 지사의 발언이 시발점인게 아니냐는 관측에 "전직 대통령은 당내, 또는 정치 세력을 대표하는 분이 아니다"며 "대통령이 말씀하시는 포용과 통합의 원칙은 말 그대로 원칙적이고 규범이 돼야 할 말씀을 하신 것이고 구체적 현상, 상황에 대해 말한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친문 적자로 꼽히는 김 전 지사는 최근 이 대표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연일 내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전날 이 대표를 향해 "2022년 대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총선 과정에서 치욕스러워하며 당에서 멀어지거나 떠나신 분들이 많다"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기꺼이 돌아오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4월 총선 때 이 대표 세력이 주도한 이른바 '비명횡사' 공천으로 낙천한 비명(비이재명)계 전직 의원들에게 사과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문 전 대통령과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들은 본격적인 차담을 시작하기 전 사저 앞 계단으로 나와 손을 맞잡고 울타리 밖에 있는 지지자들에게 인사했다. 둘 다 파란색 계열의 넥타이를 매고 양복 차림이었다. 이날 인파는 지지자들이 대부분을 이뤘다. 한 지지자는 이날 본지에 "서울 서부지법 사태 때문에 우파 세력이 잡혀가 (평산마을에 보수 유튜버들이) 오지 않았다"며 "명절인 것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당초 사저에서 바로 차를 타고 나오려 했던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함께 사저를 나왔다. 이 대표는 사저 입구까지 걸어가 지지자들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고 차를 타고 자리를 떠났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를 배웅한 뒤 평산마을 책방을 향해 걸어갔다.
안소현기자 ashright@dt.co.kr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평산마을 사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민주당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평산마을 사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안소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