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논설실장
![[강현철의 중국萬窓] 구마라집과 현장, `한역(漢譯) 불경`을 탄생시키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3102109969058001[1].jpg "[강현철의 중국萬窓] 구마라집과 현장, `한역(漢譯) 불경`을 탄생시키다")
중국 불경, 어떻게 생겨났나
불교는 '종교'인 동시에 존재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제기하는 '철학'이기도 하다. 불경(佛經)은 '신의 말씀'인 성경이나 쿠란과 달리, '깨달은 인간(붓다·부처)의 말씀'이다. 그래서 경전도 한 권이 아니다. 기독교나 이슬람교에선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나 마호메트가 될 수 없지만, 불교에선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인간은 왜 생로병사의 고통을 겪어야 하며, 이런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인가"에서 출발한 불교의 경전은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불교의 출현
BC 5세기경 인도 고대 가비라국 왕자였던 고타마 싯다르타를 괴롭혔던 건 사람들은 누구나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사실이었다. 네개의 문을 통해 모든 살아있는 것의 생로병사(生老病死) 고통을 체험한 싯다르타는 출가를 결심한다. '사문유관'(四門遊觀)이다. 29세에 출가, 6년동안 고행한 싯다르타는 붓다가야 룸비니 동산의 아슈밧타 나무(보리수) 아래에서 선정에 드신 후 깨달음에 이른다. 부처님이 된 그는 45년간 이런 깨달음을 대중에 알리는 일에 전념한다.
이렇게 성립된 불교는 기원전 480년경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 100년이 지난 BC 4세기경 승려들 사이에 계율과 교리에 대한 엇갈린 견해가 발생 , 상좌부와 대중부라는 근본 이부로 분열된다. 이후 대중부는 9파, 상좌부는 11파로 분화됨으로써 BC 1세기경 부파불교가 탄생한다.
부파불교 시대, 각 부파는 교설을 분석해 체계화할 필요성이 생김에 따라 자신의 교학 성과를 결집해 경·율·론(經·律·論)으로 정리하게 된다. 이를 '세 개의 광주리'라는 뜻의 '삼장'(三藏· 트리피타카)이라고 한다. 경은 부처님이 직접 전하신 말씀이며, 율은 수행자가 지켜야 할 계율이다. 론은 붓다의 가르침에 대한 특정 저자와 부파들의 해석 모음, 즉 주해·논서다.
BC 1세기쯤에는 또한번의 큰 변화가 일어난다. 열반을 추구하는 초기불교의 '아라한'의 길을 '소승'이라고 비판하면서 '대승 불교'가 탄생한 것이다. 대승은 '자리이타'(自利利他 ·스스로 깨달음을 구하면서 중생을 제도)를 앞세우며 '아라한' 대신 '보살'을 추구한다. 대승불교는 나가르주나(용수·龍樹) 와수반두(세친·世親) 등을 거치며 유식(唯識)과 중관(中觀) 파를 낳는다. 7세기에는 밀교(密敎)가 출현한다.
◇부처의 말씀에 가까운 초기 불경 '4아함' '5니카야'
불경은 석가모니 사후 입으로 입으로 전해지다가(구송·口誦) 제자들에 의해 책으로 편찬됐다. 이를 '결집'(結集 ·불경 편찬회의)이라고 한다. 큰 결집은 모두 네차례 있었는데 첫 결집은 부처님 열반 직후였다. 마하가섭이 주도한 1차 결집에선 스님들이 모여 부처님을 모신 아난다 존자가 기억한 내용을 암송하면 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불경을 만들었다. 불경이 '여시아문'(如是我聞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으로 시작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존하는 불경은 크게 인도 산스크리트어 및 남방 팔리어로 쓰여진 것과, 중국어로 번역된 한역 불경으로 나눌 수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말씀에 가까운 초기불교의 대표적 경전은 '장아함' '중아함' '잡아함' '증일아함' 등 4아함(한역)과, '쌍윳타' '맛지마' '디가' '잉굿타라' '굿다카' 등 5니카야(남방 팔리어)를 꼽을 수 있다. 아함경은 존재의 특징, 괴로움의 원인과 해결 등 사성제(四聖諦·네가지 성스러운 진리)에 대한 내용이 주다. '숫타니파타'는 아함경보다 일찍 결집된 경전으로, 부처님 초기 설법에 가장 가깝다. 초기불교 교단내에서 다양한 형태로 구전되던 시를 모아놓은 '법구경'(담마파다)도 초기 불경의 하나다.
◇한역 불경의 탄생… 양대 산맥 구마라집과 현장
대승은 아라한 대신 '보살'(보디 사트바)을 추구하며, 수행방법으로 '육바라밀'(六波羅蜜)을 내세운다. 대승에서 미륵불 아미타불 비로사나불 문수보살 보현보살 지장보살 약사여래 등 수많은 보살이 탄생한다. 불경을 외우면서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외치는데 아미타불은 극락에 있는 부처이며, 관세음보살은 고통받는 뭇 중생을 구원하는 보살이다.
'중국 불경의 탄생'(이종철 지음, 창비 펴냄)에 따르면 중국의 불경 역사는 후한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은 후한 시대부터 위진남북조 - 당 - 송에 이르기까지 거의 1000년에 걸쳐 불경을 한문으로 번역하는 한역(漢譯) 작업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인도의 불교가 중국화되면서 적지 않은 변용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불경의 한역 사업은 8세기 밀교가 도입되면서 끝나게 되며, 이후 '중국식 종교개혁'으로 불리는 '선(禪)불교'의 황금시대가 열린다.
최초의 한역 불경은 '사십이장경'이다. 서역에서 온 가섭마등과 축법란이 후한 명제때 설립된 중국 최초의 절 백마사(白馬寺)에 기거하며 번역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섭마등과 축법란을 이은 역경가로는 안세고와 지루가참(지참)이 있다. 안세고는 아함경류의 초기불교나 아비다르마 불교 전적을 주로 번역했다. 대월지국 출신의 지참은 처음으로 인도의 대승불교 경전인 '도행반야경', '반주삼매경' 등을 번역한 사람이다. 이후 5호16국과 동진 시대의 도안, 구마라집 이어 서진의 축법호, 승조, 북량의 담무참, 당의 현장으로 이어진다.
이가운데 구마라집과 현장은 불경 한역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구마라집은 74부 384권, 현장은 75부 1335권의 불경을 번역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론', '백론', '십이문론' 등 '삼론'과 '대지도론', '금강경', '법화경' 등을 한역한 구마라집은 공(空) 사상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공'이라는 번역어가 실질적으로 확립된 건 구마라집에 의해서다. 산스크리트어 '니르와나'라는 말을 '열반'(涅槃)이란 용어로 정착시킨 것도 구마라집이다.
17년간 인도에서 공부한 당의 승려 삼장법사 현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번역이 우수한 것으로 정평나 있다. 629년 30세의 나이로 당의 장안성을 떠난 현장은 645년 46세때에야 당으로 돌아온다. 평생 미륵불을 믿은 현장은 '오직 마음뿐'이라는 유식학설을 내세웠으며, 이는 원측과 규기라는 두 거목에게 계승된다.
현장 이후 실차난타는 화엄경의 마지막 역경가이며, 의정은 중국 역경사의 대미(大尾)다.
대승 경전은 반야경 법화경 화엄경 금강경 무량수경 유마경 등 650여부가 존재하는 데 언제 누가 결집했는지 확실치 않다. 대승이라는 말을 최초로 선언한 반야경은 "모든 존재는 공(空)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법화경(묘법연화경)은 "불교의 궁극적 목적은 성불과 중생 교화에 있다"고 얘기한다.
한국 조계종이 가르침의 근본 사상으로 삼는 소의경전은 금강경이다. 금강경의 마지막 구절인 "일체의 유위법은 꿈 같고 허깨비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고 이슬 같고 번갯불과 같으니 (존재의 진짜 모습을) 응당 이렇게 보아야 한다"(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는 유명하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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