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6000달러대에 진입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일본과 대만을 넘어선 수치다. 지난해 경상 국내총생산이 증가한 배경에는 종합물가지수로 불리는 GDP 디플레이터가 상승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2024년 1인당 GDP는 전년보다 454달러(1.28%) 늘어난 3만6024달러로 예상된다. GDP는 통상 1년 동안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 가치를 화폐단위로 환산해 더한 값이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은 작년 경상성장률을 5.9%로 봤다. 이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 나온 2023년 경상GDP 2401조1894억원에 대입해 역산하면 지난해 경상GDP는 2542조8596억원에 달한다. 이 수치에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 1363.98원을 적용해 미국 달러화로 환산하고,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상 총인구(5175만1065명)로 나누면 1인당 GDP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3만6132달러로 추정하기도 했다. IMF 추정에 따르면 일본은 3만2859달러, 대만은 3만3234달러였다. 작년 정부 전망 기준으로 보면 일본과 대만보다 한국이 웃돈다.
한국의 1인당 GDP는 2016년 3만839달러로 처음으로 3만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2018년 3만5359달러까지 상승했다. 이후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2020년 3만3503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경상 GDP 성장은 GDP 디플레이터 상승이 영향을 줬다. 정부는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지난해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을 3.8%로 봤다. GDP 디플레이터는 경상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으로 투자·수출입 등 모든 물가를 반영하는 종합적 물가지수다. 실질 GDP 상승률에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을 더하면 경상 GDP 상승률이 된다. GDP 디플레이터 상승효과로 지난해 경상 GDP 성장률은 5.9%를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전망한 5.5%보다 0.4%포인트(p) 상향한 수치다. GDP 디플레이터가 큰 폭으로 상승한 주된 원인은 무역환경 개선이었다. 지난해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국제 유가 등 교역조건 개선으로 GDP 디플레이터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러한 명목 GDP는 실질 GDP에 비해 크지는 않지만 교역 요건 개선으로 GDP 디플레이터 값이 올랐다면 한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경상 GDP는 경제활동 수준을 가늠하는 데 활용되지만, 물가변동 요인을 반영하는 실질 GDP와는 차이가 있어 한계를 가진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 경제가 0.1% 성장하는데 그치면서 2024년 실질 GDP는 2.0%로 내놨다. 지난해 항목별로 보면 건설투자는 건설업 부진으로 -2.7%를 기록하며 2023년(1.5%)보다 역성장했다. 민간소비는 전년(1.8%)보다 줄어든 1.1%를 기록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고금리, 고물가가 장기화 됐으며 비상계엄 이후 소비 심리가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 교역요건 개선으로 인한 GDP 디플레이터 상승효과가 상쇄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