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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인의 테크 티키타카] 아테네 학당 철학가와 대화할까…AI 만나 한번더 진화한 VR

 입력: 2025-02-02 11:10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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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인의 테크 티키타카] 아테네 학당 철학가와 대화할까…AI 만나 한번더 진화한 VR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의 워킹 VR체험형 가상현실 전시 콘텐츠를 안내하는 VR포스터. 관련 홈페이지 갈무리

'모네부터 르누아르, 세잔, 드가까지.'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을 쓰자 눈앞에 말이 끄는 마차가 지나간다. 1874년 프랑스 파리 거리의 모습이다. 살롱으로 들어가면 19세기 후반 프랑스를 중심으로 등장한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빛과 색채를 중심으로 순간적인 인상을 포착한 모네의 '인상, 해돋이'와 같은 명작을 3D로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드가, 세잔 등 거장들과 함께 걸을 수도 있다. 지난해 3월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열린 '인상파 화가들의 저녁: 파리 1874'를 통해서다.

팬데믹 이후 메타버스, 인공지능(AI)에 밀려 저무는 것 같았던 확장현실(XR)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애플의 공간형 MR 헤드셋 '비전프로' 출시 이후 삼성전자는 올해 안드로이드 XR을 적용한 '프로젝트 무한' 헤드셋 출시를 예고했다. XR 시장 선두 주자인 메타는 올해 스마트 안경 판매 확대에 힘을 쏟는다. HW와 SW 결합이 본격화되면서 XR 문화콘텐츠 활용 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나인의 테크 티키타카] 아테네 학당 철학가와 대화할까…AI 만나 한번더 진화한 VR
산치대탑 안을 걸어다면서 VR다중 실감 체험하는 모습. 리타 제공

특히 최근에는 AI 디지털 휴먼 기술과 결합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인공가상현실' 콘텐츠가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휴먼은 인류의 지능과 근접한 수준까지 다가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를 통해 문화콘텐츠뿐 아니라 역사적 현장과 문화유산을 눈앞에서 본 듯 생생하게 탐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물리적, 시간적인 제약을 극복해 콘텐츠 회전율을 높여 운영 효율성을 누릴 수 있는 강점이 있다.

[김나인의 테크 티키타카] 아테네 학당 철학가와 대화할까…AI 만나 한번더 진화한 VR
이집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쿠푸왕의 피라미드 VR콘텐츠 체험 장면. 관련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에서도 VR 몰입형 전시를 통해 중국의 고대 역사를 재현한다. '와우! 싼싱두이(Wow! Sanxingdui) 전시는 디지털 헤리티지 프로젝트로, 중국 쓰촨성에 있는 유적을 공간형 VR 기술로 재현해 고대 청동기 시대 문화적 문명을 볼 수 있다. 발굴된 고대 유적에 대해 가상 고고학자 도슨트에게 설명을 듣고, 배 타기나 좁은 다리 건너기 등 실제와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인터렉티브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다.

[김나인의 테크 티키타카] 아테네 학당 철학가와 대화할까…AI 만나 한번더 진화한 VR
북한 개성에 위치한 고려왕궁 만월대의 VR실감 체험광경.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대만 HTC의 바이브 HMD 장비를 이용해 워킹 VR 기술을 적용하고 오래전 훼손된 북한 문화유산인 고려 만월대를 체험할 수 있는 'K-디지털 헤리티지'가 구현됐다. 관람자는 900년 전 만월대 왕궁에 설치된 계단을 오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연구를 진행한 문화유산디지털복원가 박진호 고려대학교 연구교수는 최근 서양 르네상스 걸작으로 꼽히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VR 콘텐츠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김나인의 테크 티키타카] 아테네 학당 철학가와 대화할까…AI 만나 한번더 진화한 VR
로마 바티칸 성당에 전시중인 서양 미술사의 거장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인공 가상현실 체험 예상도(안). 박진호 교수 제공

아테네학당은 1510년 제작된 프레스코화로 인류 역사에 기록된 사상가, 수학자, 정치가, 철학자 등 총 57명의 인물을 총망라해 고대 그리스 철학과 과학의 황금기를 묘사한다. 아테네 학당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VR 공간에서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펼쳐질 전망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와 디지털 휴먼을 결합하는 식이다. 박 교수는 "아테네학당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역사 인물형 디지털 휴먼으로 개발하고 이들을 VR 콘텐츠화해 관람자들에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단순 인간의 외형을 닮은 디지털 휴먼에서 나아가 인간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디지털 휴먼으로 발전시켜 실재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VR 콘텐츠 기술을 결합한 K-디지털 헤리티지는 인도에서도 구현된다. 워킹 VR 기술에 AI 도슨트를 결합하는 식이다. 국내 VR 콘텐츠 기업 리타는 인도 유네스코 유산인 산치 대탑 콘텐츠 제작을 기획하고 있다. 인도의 대표적 디지털헤리티지 전문가인 엠라팔리 박사가 프로젝트에 합류한다. 인도 남부에 위치한 인도 크라이스트 대학에 AI·VR 센터 건립도 타진한다.

전문가들은 한류 콘텐츠에 AI 가상현실 콘텐츠를 접목하면 한류의 글로벌 확산도 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적인 문화유산 전시 관람을 넘어 살아 숨 쉬는 역사를 경험하고 상호작용해 능동적인 역사·문화 교육도 이뤄질 전망이다. 박진호 연구교수는 "인공가상현실은 문화유산 전시·체험에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제공하고 혁신적 변화를 가져와 문화유산 대중화와 글로벌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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