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 전쟁이 격화하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공급망 전략이 꼬이게 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조치가 기존 경제 동맹국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면서 미국과 캐나다 양국에서 비용 부담이 커지는 데다 미국 내 직접 생산 압박만 커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2기 정부의 이 같은 전략으로 배터리 공급망에서의 '탈(脫) 중국'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는 토로가 나온다.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와 부품 공급망은 여전히 중국의 영향력이 강력한데, 미국 내에서 이에 대응할 인프라나 가격 경쟁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보편 관세를 각각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맞서 캐나다도 미국산 제품에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서 생산해도 원가 상승·수익성 악화 불가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생산비용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그간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의 무관세 혜택을 믿고 미국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해 캐나다에서 배터리를 생산한 뒤 미국으로 공급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미국으로 수출될 때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생산 비용이 급격히 증가해 배터리 가격 역시 상승하고 결국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반대로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보해 미국 내에서 생산해도 수출 부담은 똑같이 커져 배터리 가격만 오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전체적인 북미 내 기존 공급망 전략에 타격은 불가피한 것이다.
이미 배터리 업체들은 원가 부담과 가격 인하 압박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다. 사실상 '제값을 받지 못하고 납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이번 관세 전쟁에서 배터리 원가 연동제로 완성차 업체들이 일정 부분 비용을 분담하겠지만 배터리 가격이 지속 하락하고 있어 완성차 업체들은 부담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항구 아인스 연구위원은 "현재 배터리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에 비해 '을(乙)' 위치에 있어 가격 협상력이 크지 않다"며 "미국이나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비교적 원가 부담을 납품가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지만 협상에 밀려 관세 부담이 커질 때 이미 적자인 배터리 기업들은 손실을 그대로 또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온 공급망 전략 재조정·"정부 지원책 시급"= 캐나다에 투자한 국내 기업들은 한두 곳이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 약 49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이다. 삼성SDI는 캐나다의 니켈채굴기업 캐나다니켈의 지분을 인수해 니켈 생산량의 10%를 확보하는 권리를 갖고 있다.
SK온 역시 포드는 투자를 철회했지만 에코프로비엠과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아에 합작공장 계획을 발표한 상황으로 공식적인 투자 철회가 유력하게 됐다. 포스코퓨처엠도 제너럴모터스(GM)과 합작한 얼티엄캠을 설립해 캐나다 퀘벡에 3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이며, 솔루스첨단소재도 캐나다 퀘벡주에 전지박 소재 업체 최초로 2026년 완공 목표로 동박 공장을 짓고 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중국을 배제한 미국 내 생산 확대' 전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에서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데다 미국은 높은 생산 비용과 숙련된 인력 부족, 강력한 환경 규제로 인해 배터리 원자재 정제와 제조를 자국 내에서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 배터리 기업 관계자는 "단순한 탈중국 전략이 아니라 동맹국까지 칼날을 겨룬 모든 국가에 대한 보호무역주의 강화"라며 "기존에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공급망은 더 세밀하게 조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미 투자를 진행한 기업들에 대한 각국 정부의 세제 지원 등이 정책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대응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