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헌재의 3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未)임명 권한쟁의심판을 앞두고 "헌재는 개별 국회의원이 국회를 대신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일관된 판례를 여러 건 남겼다"며 "국회 의결절차 없이 국회의장 개인이 독단적으로 청구한 이 사건 또한 당연히 각하시키라"고 촉구했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헌재의 신뢰와 권위가 '선택적 속도전'으로 훼손돼선 안 된다"고 거들었다.
앞서 관례상 여야합의 몫이지만 야권이 단독 선출한 마 후보자 임명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가 거부하자, 우원식 의장은 '국회의 재판관 선출권 침해'란 취지로 권한쟁의를 청구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우원식이 독단적으로 국회를 참칭한 헌법 위반"이라며 헌재 결정을 불문 "최 대행이 임명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선출 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헌법 제111조 조항에 강제력이 없단 해석도 내놨다.
'선택적 속도전'의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 도중 국무총리 탄핵 의결정족수에 근거해 소추된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 지연을 가리킨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한 대행 탄핵이 무효화돼야 하고, 그러면 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정당성이 무너진다"며 "결론이 마 후보자 임명 문제보다 먼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 탄핵심판 절차를 지난달 13일 개시한 헌재는 직무정지 효력은 인정하되 정족수 문제는 재판부 결정사항으로 미뤄뒀다.
윤 대통령 측의 진보성향 헌법재판관 배제 여론전도 본격화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지명으로 임명된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최근 민주당 몫으로 임명된 정계선 재판관에게 '스스로 탄핵심판에서 빠지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재판부의 권위와 재판이 공정하다는 신뢰는 내부에서 문제없다고 강변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인정해야 하는 것"이라며 헌재에 재판관 3인 회피 촉구 의견서를 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문 재판관은 여당 지도부로부터 '이재명 민주당 대표 친분설' 공세를 받아왔다. 윤 대통령 측은 문 재판관이 현직 법관 시절부터 이 대표 등 민주당 인사들과 SNS상에서 교류했고, 국가보안법과 대북 현안 등에서 이념편향을 보여왔다고 문제 삼았다. 문 재판관은 '이 대표 모친상 조문설' 등 일부 허위사실을 헌재를 통해 반박한 바 있지만, 블로그 글을 최근 수정하거나 SNS 계정을 폐쇄하는 등 행보로 의구심을 낳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이 재판관에 관해 "친동생이 '민변' 윤석열 퇴진 특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배우자는 이 대표와의 재판거래 의혹 및 대장동 50억 클럽으로 재판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과 같은 법무법인에 근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계선 재판관에 대해선 "배우자(황필규 변호사)가 탄핵 촉구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렸으며 근무 단체의 이사장(김이수 전 헌재소장)이 탄핵소추인 측 대리인"이라며 이해충돌 의혹을 도마에 올렸다.
이들 재판관은 진보성향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란 점에서도 공세 대상이 됐다. 윤 대통령 측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재판관이라면 문제를 제기하기도 전에 스스로 회피하는 게 옳다"고 요구했다. 정형식 재판관의 경우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종식(지난해 12월4일) 이틀 뒤 임명안을 재가한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장관급)의 제부이자 재단 후원자란 이해관계, 편향 시비가 있었지만 대리인단은 거론하지 않았다.
한편 재판관들의 탄핵심판 회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 측 주장대로 현재 8명인 재판관 중 3명이 배제되면 헌재는 멈춰선다. 헌재법 23조 1항은 사건 심리에 재판관 7인 이상 출석, 2항은 탄핵 결정에 '재판관 6명 이상 찬성'을 요구한다. 문·이 재판관은 4월 퇴임을 앞두고도 있다. 헌재는 앞서 정 재판관 기피 신청에 "주관적 의혹"이라며 기각했고, 1일엔 외부에서의 재판관 성향 단정에 따른 "사법부 권한 침해 우려" 입장도 밝혔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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