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의 등장이 촉발한 미국 빅테크 섹터의 증시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왔다. S&P500 내 테크 섹터의 시가총액 비중을 고려하면 현재 상황을 버블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달 미국 증시에서 주목할 만한 업종으로는 소프트웨어와 자본재를 꼽았다. 국내 증시에서는 소프트웨어와 제약·바이오가 꼽혔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2일 이달 주식시장을 전망한 보고서에서 "2000년 초반 S&P500 내 테크섹터의 이익 비중은 24%였지만 현재는 35%"라며 "시가총액은 당시와 비슷한 40% 수준으로 과열일 수는 있지만 버블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딥시크의 등장은 '블랙 스완'이 '레드 퀸'으로 봤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현상이 아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꾸준히 발전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여건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달 빅테크 주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정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다만 미국 정부도 수입 관세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고, 앞서 바이든 정권의 낮은 지지율 원인이 높은 물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 2기 초기에는 이전 대비 약화돼 있는 제조업의 체감경기와 투자경기 회복 정책에 주력할 것으로 기대했다. 리쇼어링과 감세, 인프라 재건, 기업 및 산업 규제 완화 등을 강조하며 제조업 중심 체감 경기 개선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 제조업 체감 경기가 개선될 경우 반도체와 유통, 자동차, 소프트웨어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주가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제조업지수가 확장 국면에서 전월 대비 상승하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반도체, 자동차, 자본재 등의 수익률이 높았다.
주도주 선택은 매출 보다는 수익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과거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와 시스코시스템즈의 비상과 추락을 살펴보면 매출 변화로 주도주 지속과 변화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며 "과거 두 기업의 영업이익률에 따라 주가가 급락했지만 올해 반도체 업종의 영업이익률과 ROE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S&P500 업종 중 영업이익률 지속 상승이 예상되는 업종으로 소프트웨어와 미디어, 자본재 등을 꼽았다. 소프트웨어는 지난해 30%에서 올해 35%, 미디어는 22%에서 28%, 자본재는 12%에서 15%로 높아질 것으로 봤다.
이 중 과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하락 시 주가 수익률이 높았던 반도체(13.5%)와 자본재(7.3%), 소프트웨어(6.7%) 등에 주목했다.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은 수출과 연관성이 높아 만약 관세 부과로 글로벌 교역량이 위축될 경우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시총 상위 기업 중 셀트리온과 NAVER, 현대모비스를 제외하면 모두 해외매출 비중이 60%를 넘는다.
이 연구원은 "미국 관세 부과와 보복 관세 등은 국내 기업 이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2018년 미국과 중국이 상호 관세를 부과하자 2019년 국내 수출과 코스피 영업익이 전년 대비 각각 10%, 31% 줄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내 증시에서는 관세에 영향을 덜 받는 업종 중 가격 메리트와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는 소프트웨어와 제약·바이오 종목이 유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수출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이 덜한 업종 중 가격 메리트를 고려하면 현재 PBR이 2020년 저점보다 낮거나 비슷하고 ROE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업종이 소프트웨어와 제약바이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