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1일 이후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1조3332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특히 4일간의 설 연휴 휴장 이후 개장한 31일 하루에만 1조1679억원을 순매도했다.
그동안의 코스피 저평가로 인해 코스피지수 자체의 낙폭은 크지 않았지만, 유독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거셌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이 기대했던 점진적 관세 부과 대신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하며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짙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올들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4000억원 순매수했다. 하지만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가 촉발한 기술경쟁에 트럼프의 관세 부과 정책이 더해지며 달러 선호도가 높아졌다.
전 세계 주요 통화와 달러의 가치를 비교하는 '달러지수'는 1일 107.79까지 내린 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108.4까지 치솟았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1448원에서 하루새 1457원까지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이 시행되는 4일부터 코스피 약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들어선 뒤 무역분쟁이 본격화됐던 2018년 당시에도 코스피 지수는 20% 가까이 폭락한 바 있다.
2018년 초 2479.65로 문을 열었던 코스피는 같은 해 10월 1996.05로 종가 기준 연 최저점을 기록했다. 해당 기간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팔아치운 주식은 6조원이 넘는다.
당시 미국이 동맹국이었던 우리나라에도 관세를 부과했고, 나란히 대수출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이 경쟁을 펼치자 수출 금액이 급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에도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을 시작으로 기존의 무역협정을 다시 살펴 무역 불균형 해소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지침을 내렸다. 또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와 의약품에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이 1278억달러로 7년 연속 최대 기록을 경신한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도 더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의 수출금액이 최대 448억달러(약 65조원)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총 상위 기업 중 몇 개 기업을 제외하면 해외매출 비중이 60%를 넘어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글로벌 교역량이 위축되면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2018년 미국과 중국이 상호 관세를 부과하자 2019년 국내 수출과 코스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0%, 31%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8년 27% 수준이었던 대중국 수출비중은 현재 19% 수준까지 줄었지만 대미국 수출비중은 최고 수준이던 2010년 19%에 육박했다"며 "2022년 이후 국내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미국이 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