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멕시코 등에 대한 관세부과를 강행키로 하면서 미국 먹거리 물가가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언론들은 유독 아보카드의 가격 추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보카도는 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다이어트 과일이다. 이번 조치로 아보카도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 농무부·세관 통계를 보면 , 2023년 미국의 농산물 수입액 1959억 달러(약 285조원) 가운데 44%인 약 860억 달러(약 125조원) 상당의 수입 물량이 멕시코·캐나다에서 왔다.
미국 야채 수입의 3분의 2와 과일·견과류 수입의 절반가량은 멕시코에서 들어왔다. 특히 미국 아보카도 수입 물량의 90% 는 멕시코산이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은 매주 2만3000~2만4000톤의 멕시코산 아보카도를 수입했다. 미국프로풋볼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을 앞두고 매주 약 3만1000톤으로 수입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슈퍼볼은 매년 경기 중계 시청자가 1억명에 달하는 미국의 최대 스포츠 행사다. 지난해 슈퍼볼의 경우 초당 광고비가 700만달러에 달했다. 슈퍼볼과 대통령 취임식이 겹치면 취임식 일정을 조정할 정도다. 올해는 일요일인 9일(한국시간 10일 오전 8시 30분) 열린다.
미국인들은 슈퍼볼을 보면서 으깬 아보카도에 다진 토마토, 양파, 고수 등을 섞어 만든 과카몰레를 나초와 함께 먹는다. 농식품 수출플랫폼 '트릿지'에 따르면, 통상 슈퍼볼 경기 당일에 소비되는 아보카도 양은 4만8000톤에 달한다. 작년 기준 미국 전체 아보카도 소비량(약 122만5000톤)의 4%가 하루에 몰리는 셈이다. 통상 미국은 이 기간 외국에서 아보카도 수입을 늘리는 식으로 수급을 맞춘다.
롭 폭스 코뱅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대부분의 신선 과일·야채를 멕시코·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만큼 이들 제품 가격이 분명히 오를 것"이라며 "(하지만 기후 등의 이유로) 대체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미국인들의 '아보카도 사랑'은 유별나다. 2023년엔 미국인들의 아보카도 사랑 때문에 멕시코의 숲이 파괴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아보카도는 물을 많이 먹는 대표적인 '반(反) 환경적' 과일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인의 아보카도 섭취량은 20년 전에 비해 최근 3배 증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등에 업고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공약한 이번 관세 부과가 인플레이션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