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에 보복" 관세 악순환 예고
캐, 25% 같은 비율 즉각 부과
멕, 보복 준비… 중, WTO 제소
韓도 업종별 관세부과 대비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를 상대로 예고했던 무역전쟁의 버튼을 눌렀다.
최대 교역국인 캐나다·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보편 관세 부과 절차에 들어가자 상대국들도 곧바로 '보복'을 선언했다.
멕시코와 중국, 캐나다는 미국의 최대 수입국 1~3위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북미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주요 수입국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한국도 조만간 관세폭탄의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IEEPA는 1977년 발효된 것으로 외국에서의 상황이 미국 국가안보나 외교정책, 미국 경제에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험의 원인이 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에게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함으로써 경제 거래를 통제할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의 이유로 불법 이민자와 마약의 미국 유입을 재차 거론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 국민을 보호해야 하며 모두의 안전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 대통령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던 상대국들은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550억 캐나다 달러(약 155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자국민들에게 미국산 불매 운동과 여행 자제를 호소하며 강경 대응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역시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경제부 장관에게 멕시코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 플랜B를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의 명분으로 펜타닐 유입을 거론한 데 대해서는 "중상모략"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그런 동맹이 있다면 바로 이런 범죄 조직에 고성능 무기를 판매하는 미국의 총기 상점일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도 이날 미국의 일방적인 추가 관세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이라며, 관세 부과에 보복과 국제법적 조치를 병행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세 나라는 미국을 향해 협상 여지를 남겨놓기도 했다. 관세가 발효되는 4일까지는 일단 정면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등 국가별 관세부과에 이어서 한국의 주력 수출 상품인 반도체를 비롯해 업종별 추가 관세를 매길 경우 한국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대미 수출에서 가장 큰 흑자를 보이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추가 조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에 따른 연관 제품의 수출 차질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대외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차별적 무역정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일원화된 대외총괄 컨트롤 타워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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