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반도체특별법 토론회를 주재한다. 최근 중도층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그간 반대해 온 반도체 산업 연구·개발(R&D) 인력의 주52시간 예외 조항에 전향적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2일 "현장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제도를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3일 국회에서 정책 디베이트(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디베이트는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 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리며 이 대표가 직접 좌장을 맡아 반도체 산업계와 노동계 양측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반도체특별법은 경쟁력 강화라는 산업적 요구와 노동자 건강 보호라는 사회적 가치 사이에서 양측의 주장이 정면 대립하며 22대 국회에서 논의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반도체 산업 R&D 직군에 한해 주52시간의 근로시간 상한에 예외를 두는 게 핵심인데 여당은 긍정적인 반면 민주당은 부정적 뜻을 내비쳐 왔다.
디베이트 특성상 민주당이 당장 어떤 방향으로 반도체 정책을 추진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이 대표가 새해 들어 실용주의 성장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기조에 전환을 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민주당은 정책 방향에 첨예한 이견이 있을 때 디베이트를 진행했고 이미 입장을 선회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9월 개최한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디베이트가 대표적이다. 당초 민주당은 금투세 시행에 긍정적 입장을 견지했지만 이 대표가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뒤 디베이트를 실시해 최종 당론으로 폐지를 결정한 바 있다.
이 대표가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실용주의에 입각한 정책적 판단을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 역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당시 이 대표는 "지금 사회는 경제적 측면에서 매우 어렵고 회복을 넘어 성장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으로 필요한 입법 조치를 과감하고 전향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노사 양측이 토론하면 일정한 합의점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대선이 치러질 것을 염두에 두고 당과 지지층의 외연 확장을 꾀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노동계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만큼 협상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 또한 여전하다. 민주당은 R&D 업무가 반도체 업종에만 국한된 게 아닌 데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마련돼 있는 특례 제도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만일 민주당이 반도체 R&D 업무에 한해 주52시간 예외를 적용하더라도 반도체특별법에서 이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특별법의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야당 위원들은 반도체특별법에서 주52시간 상한제 적용 문제를 다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회 산자위 소속 민주당 한 의원은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반도체특별법이 만들어진 배경은 전력망·전력·용수·도로 등 산업 기반 시설 조성과 국가 책임·투자를 의무화하려는 데 있다"면서 "현재 쟁점이 되는 사안인 주52시간 예외 조항은 근무 형태의 문제로서 필요할 경우 반도체특별법에서 다루기보다 근로기준법 내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게 야당 위원들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R&D 업무라 하더라도 휴식시간 없이 장시간 동안 무기한 전념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구태여 반도체 산업에 한해 예외를 인정할 이유도 없다"며 "산업 현장에서 예외 제도를 활용하기 곤란한 실제적인 사유가 있다면 현행 제도를 수정·보완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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