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과·알·세] 중력변화 1초에 2번 측정… 잠수함 탐지·초정밀 항법 지원

입력: 2025-01-31 19:18 이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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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양자중력계, 美·日·獨·中 등 선도국보다 정확도·감도 앞서
장기간 동작 휴대형 연구 착수… 싱크홀 등 지하구조 관측 활용

[이준기의 과·알·세] 중력변화 1초에 2번 측정… 잠수함 탐지·초정밀 항법 지원

양자중력계의 물리부 구조도.

"양자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고 성능의 양자중력계를 개발하면 지구·자원탐사뿐 아니라 잠수함 탐지, 초정밀 항법 등에 널리 활용할 수 있습니다."

대전 유성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내 첨단동 원자양자센싱그룹 연구실에는 높이 1.2m쯤 되는 원통형 모양의 양자중력계가 진동과 자기장을 차단하는 장비 위에 올려져 있었다.

양자중력계는 원자의 양자 간섭 현상을 이용해 중력가속도를 측정하는 장치로, 기존 중력계보다 높은 정확도와 감도, 정밀도로 시간·공간적 중력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

레이저로 냉각한 원자를 포획한 뒤 중력에 의해 아래로 낙하하는 원자를 두 차례에 걸쳐 펄스 레이저를 쏴 중력값에 따라 바닥과 들뜬 상태에서 검출된 원자 수 변화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양자중력계는 작동한다. 양자중력계를 통해 중력을 정확하게 측정하면 자원탐사나 해저 항법, 지진탐지, 고감도·고신뢰 양자중력센서뿐 아니라, 차세대 중력표준기나 중력상수, 물리상수, 상대성이론 검증 등 정밀 측정과학에도 활용할 수 있다. 산업적·학문적·군사적 활용 가치가 상당히 크다.

원자센싱양자그룹 연구실에 있는 양자중력계는 시간에 따른 중력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실험을 6개월 동안 진행하고 있었다. 중력에 의해 나타나는 원자 물질파의 위상차를 1초에 2번씩 측정해 원자를 통해 중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연구실 중력 모니터링 실험은 연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권택용 표준연 원자센싱그룹장이 양자중력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택용 원자양자센싱그룹장은 "원자 물질파는 빛보다 높은 주파수를 가지고 있어 중력에 대해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해 기존 절대중력계보다 10의 5승 배 이상의 정확도를 갖는다"며 "원자의 중첩상태와 원자-광자의 결맞은 상호작용 등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하기 때문에 민감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양자센서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양자중력계의 활용 분야.

◇美·中·英 등 고정밀 양자중력계 기술 선점 경쟁= 양자중력계는 크게 물리부(원자 진공 시스템)과 레이저 시스템, 제어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다. 연구실의 양자중력계 내부는 외부에 있는 제어시스템, 레이저, 마이크로파 등의 장비들과 수많은 선들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었다. 미시 세계를 규명하는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한 연구답게 라만레이저, 냉각용 레이저, 초고진공 챔버, 자기장 및 진동잡음 차폐 등 다양한 첨단 연구장비들이 양자중력계에 내장돼 있었다.

최근 들어 양자기술이 AI에 이어 미래산업의 판도를 바꿔 놓을 게임 체인저로 각광받으면서 양자의 얽힘과 중첩 현상을 이용해 기존 중력계의 한계를 뛰어넘는 양자중력계에 대한 연구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양자중력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고정밀 측정 수요가 많은 국방, 안보 등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활발하다.

실제로, 프랑스와 영국, 미국 등은 선박에 자체 개발한 양자중력계를 탑재해 바닷속 중력변화를 측정한 중력지도를 만들어 국방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본격 시작되는 1조원 규모의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통해 양자중력계 고도화 연구와 휴대형 양자중력계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권 그룹장은 "양자중력계 연구는 해외 선도국 조차 초기 단계로, 성능을 테스트하는 수준"이라며 "군에서 관심이 큰 만큼 상용화되더라도 군사적 활용도가 가장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표준연 원자양자센싱그룹 연구실의 양자중력계로, 중력변화를 모니터링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K-양자중력계', 선박·위성 등 휴대형으로 업그레이드= 양자중력계의 핵심 기술로는 원자 포획을 위한 레이저 냉각 기술과 고진공 기술, 원자 검출 기술, 진동 감쇄 기술 등이 꼽히고 있다. 그 중에서 시간에 따른 중력변화를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측정기술과 원자를 포획하기 위한 레이저 냉각기술 확보에 매우 중요하다.

표준연은 표준시를 정의하는 원자시계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경험을 살려 세계 최고 성능의 '이동형 양자중력계' 개발에 성공했다.

정확도와 감도, 정밀도 등의 성능에 있어 양자중력계 선도국인 미국, 일본, 독일, 중국, 프랑스 등을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자중력계는 절대 중력가속도를 측정하고, 교정이 필요 없어 기존 상대 중력계를 대신해 전 세계적으로 활용 가치가 커지고 있어 그만큼 핵심·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표준연이 개발한 양자중력계는 차세대 국가 중력기 표준기 및 국가 중력 기준점 측정을 비롯해 중력 분포 측정을 통한 자원 탐사, 지구 지오이드 측정, 중력지도 및 항법, 지진 및 지각변동 감지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표준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양자중력계를 소형화해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연구에 착수했다. 반도체 공정기술을 적용해 물리부를 소형화하고 시스템 단순화를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진동·충격 등 외부환경 변화 등에 영향을 덜 받으면서 장기간 연속 동작하는 휴대형 형 양자중력계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위성항법시스템과 지하 탐사 및 지진·화산·산사태 등 자연재해 사전 탐지 등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양자중력계와 연결돼 있는 레이저 시스템으로, 중력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양자를 극저온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양자중력계를 통해 확보한 기술을 중력기울기(중력구배)를 측정하는 양자중력구배계와 연계해 도심 지하나 싱크홀 등과 같은 지표면 부근의 지하 구조 변화를 관측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이호성 표준연 원장은 "세계 톱 수준의 시간 측정표준 역량을 통해 세계 최고 성능의 양자중력계를 개발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이동에 편리한 휴대형 양자중력계으로 만들어 안정적으로 장기간 동작할 수 있도록 고도화하는 후속연구를 통해 상용화 기반을 갖춰 나가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이준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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