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선 폐업으로 방치된 주유소마저 심심찮게 눈에 띄는 중에 최근 국내 리츠(REITs)가 보유했던 전국의 주유소 부지들이 대거 매물로 시장에 나왔다.
2일 코람코자산신탁에 따르면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가 보유한 서울 목동 양천주유소, 서울 정릉동 아리랑주유소, 대전 둔산동 대전청사주유소 전국 13개 주유소를 매각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의 투자 자산을 지속해서 조정하고 있다. 원래 주유소로만 구성됐던 이 리츠는 이번에 13개소를 모두 매각하면 주유소 관련 투자 비중이 61%에서 58%로 추가로 줄어든다.
최근 주유소 부지는 매각과 철거를 통해 오피스텔과 지식산업센터, 상업시설 등으로 개발되는 사례가 늘었다. 도심에 개발할 만한 땅이 희소하고 주유소 부지 특성상 차량 접근이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주유소 운영을 통해 수익을 얻으려는 주유사업자나 투자자도 있다. 코람코 리츠의 주유소 매각 자문을 맡고 있는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에 따르면 실제로 접수되는 매입 문의 중 주유사업자가 여전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갈수록 물류와 차량 운행 증가로 연료 소비 또한 늘어나는 추세란 셈법이다. 청주의 한 주유소 대표는 "물류 회사나 운송업체들이 활발히 움직이면서 상용차의 연료 소비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지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캐피탈마켓그룹 이사는 "주유소 자산은 우수한 현금창출과 함께 향후 개발을 통한 매각차액까지 기대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자산"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다른 오프라인 상업시설과는 달리 주유소는 쿠팡 등 온라인 배송으로 대체될 수 없는 업종"이라면서 "주유소는 전기차 시대에도 지역 경제와 소비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프라로서, 전기 충전 인프라를 보완해 주유소의 강점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주유소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편의점과 세차장, 차량 정비소가 결합된 복합 주유소 모델은 물론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 기존 연료 공급을 결합한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 모델도 생겨났다. 주차장 일부를 물류 거점으로 전환하거나 카페와 같은 부가시설을 운영해 고객 유입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볼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9년 10월 쿠팡과 주유소 기반 물류 거점 구축을 위한 전략적 제휴(MOU)를 체결하고 주유소를 로켓배송 거점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또 일부 직영 주유소 유휴 공간을 활용해 '셀프 스토리지(창고 대여)'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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