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가혁신 과기정책을 말한다] 이공계 대학원 혁신으로 인재 양성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0302102369058003[1].jpg "[국가혁신 과기정책을 말한다] 이공계 대학원 혁신으로 인재 양성해야")
우리 이공계 대학은 세계적 수준으로의 도약,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감소에 대응, 갈수록 커져 가는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 해소 등 하나하나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의 도전에 직면해 있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진단과 과감한 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는 과거 눈부신 성장의 주역으로 인정받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양성 규모에 못 미치는 일자리 증가로 취업시장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이공계 박사 배출 규모 대비 박사급 연구개발 일자리 증가는 1990년대에는 약 2.6배에 달했으나 이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교 성적 우수 학생의 의학계열 선호와 이공계 기피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수급 불일치로 인한 노동시장 악화, 그리고 안정적 연구직 취업 확률의 하락에 있으며 의대 쏠림 현상은 의대 정원의 대폭 확대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박사 인력의 과잉 공급은 대학 내 비정규직의 증가로 박사 학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켜 우수한 학부생들의 대학원 진학 기피로 연결된다.
2000년대 이후 대학의 연구와 교육 역량 강화를 위한 정부 투자는 크게 늘었지만 연구실을 운영하기 위해 개인 연구비를 수주해야 하는 교원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각종 대학 평가와 사업 지원에서 논문 중심의 연구 역량이 가장 중요하게 간주됨에 따라 연구비 수주 및 논문 성과 창출이 유리한 분야 중심으로 연구개발(R&D)이 이루어져 질적으로도 사회적 수요와 점점 괴리되고 있다. 많은 대학이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고 연구 역량을 기준으로 교원을 확보해 왔지만 대학의 연구 여건과 역량의 차이는 매우 커서 획일화와 서열화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박사급 연구개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으로 뚜렷이 구분되어 가고 있으나, R&D 중심의 지원 체계에 따라 대학의 특성화는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수년 내에 인구 감소의 영향이 대학원에 본격적으로 닥칠 경우, 지역에 위치한 이공계 대학원의 대부분은 존립 문제에 직결할 것이다.
현재의 대학 R&D는 교수-석·박사 대학원생-지원인력으로 구성된 교원 연구실을 기본 단위로 전제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이러한 체제의 유지가 불가능할 것이다. 반도체, 인공지능, 첨단바이오, 양자컴퓨팅 등 미래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들은 모두 최고 수준 달성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고, 범용적 인재보다는 소수의 창의적 인재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과학기술 인력의 역량 및 사회적 수요에 따른 체계적 육성으로 학령인구 감소 위기에 대응함은 물론,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우수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여건과 역량을 갖춘 대학원을 세계적 연구 거점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강도 높은 구조개혁과 대학 R&D 지원 체계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
먼저, 이공계 대학원의 적정 규모화와 연구 분야·역할에 따른 특성화가 필요하다. 대학원의 여건과 역량에 따라 사회적 역할을 석사 양성과 박사 양성으로 구분하여 석사 중심 대학원은 실무 및 현장 중심의 인력 배출을 위해 교육과 R&D를 지원하고, 박사 중심 대학원은 세계적 수준을 지향하는 연구중심대학과 지역거점 및 연구 분야별 특화형으로 육성해야 한다.
현재 부처별 영역과 수요에 따라 복잡하게 지원되는 체계를 개인과 대학의 연구 역량 강화, 신진 연구자 육성, 국가 현안과제 해결 등 목표에 따라 체계화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우수 연구중심대학의 대학원생에 대한 지원 규모를 확대하여 안정적으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이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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