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트럼프발 관세전쟁…美 배터리 공급망 `자충수`되나](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0302109932049009[1].jpg "[박한나의 배터리ON] 트럼프발 관세전쟁…美 배터리 공급망 `자충수`되나")
"지리적으로 우리는 이웃이 됐습니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친구가 됐습니다. 경제적으로 우리는 파트너가 됐습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우리는 동맹이 됐습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관계를 구축했지만 안타깝게도 백악관이 내린 조치는 우리를 하나로 묶기보다 오히려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 통보하자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평가했습니다. 캐나다도 미국산 제품에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핵심광물과 에너지 조달 관련한 비관세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반격했습니다. 여기에 중국에 이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방침입니다.
기존 경제 동맹국에도 예외 없이 높은 관세를 부과한 미국의 조치는 글로벌 공급망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신문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월스트리트저널마저 "중국은 차치하고라도 이웃 국가들을 향한 트럼프의 경제적 공격에 대한 정당화 논리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으로 혹평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 전쟁이 격화하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공급망 전략은 꼬이게 됐습니다. 캐나다는 핵심 광물의 주요 공급국으로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니켈, 리튬, 코발트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리튬은 매장량 기준 세계 6위이며 니켈과 코발트는 세계 7위입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이를 수입해 배터리를 제조합니다.
미국이 캐나다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캐나다도 25% 관세에 핵심 광물과 에너지 분야에서 비관세 조치까지 나서면 한국 기업이 캐나다에서 원자재를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세계 경제가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어 연쇄 반응으로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단순히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 생산거점을 구축해 문제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 이유입니다. 배터리 생산의 핵심 요소는 원자재 공급망인데 미국 내 원자재 확보와 가공 능력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입니다.
배터리의 필수 원료인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주요 공급망은 중국을 포함한 해외에 집중돼 있습니다. 한 예로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제조하는 데 반드시 들어가는 흑연의 중국 점유율은 70%에 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망 조정 자체가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은 아닌 데다 미국 내 거점을 이미 구축해 생산을 확대하더라도 원자재와 부품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해야 해 이번 관세 조치들은 결국 전체 원가 상승을 불러옵니다. 한국의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 유럽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미국산 배터리 가격 경쟁력이 더 낮아지게 됩니다.
한 배터리 관계자는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 전쟁이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 이미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어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미국에 생산 거점이 없었다면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캐나다산 배터리 역시 최종 제품의 비용 상승이 불가피합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그간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의 무관세 혜택을 믿고 미국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해 캐나다에서 배터리를 생산한 뒤 미국으로 공급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지만 이제는 무려 25%의 관세를 부담해야 합니다. 관세로 인해 배터리의 수출 가격이 상승해 또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는 수순입니다.
이미 배터리 업체들은 원가 부담과 가격 인하 압박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제값을 받지 못하고 납품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번 관세 전쟁에서 배터리 원가 연동제로 완성차 업체들이 일정 부분 비용을 분담할 가능성은 있지만 배터리 가격이 지속 하락하고 있어 완성차 업체들은 부담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항구 아인스 연구위원은 "현재 배터리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에 비해 을의 위치에 있어 가격 협상력이 크지 않습니다"라며 "미국이나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비교적 원가 부담을 납품가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지만 협상에서 밀려 관세 부담이 커질 때 이미 적자인 배터리 기업들이 손실을 손실대로 또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캐나다에 투자한 국내 기업들은 한두 곳이 아닙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 약 49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입니다. 삼성SDI는 캐나다의 니켈채굴기업 캐나다니켈의 지분을 인수해 니켈 생산량의 10%를 확보하는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SK온 역시 포드는 투자를 철회했지만 에코프로비엠과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아에 합작공장 계획을 발표한 상황으로 공식적인 투자 철회가 유력하게 됐습니다. 포스코퓨처엠도 제너럴모터스(GM)과 합작한 얼티엄캠을 설립해 캐나다 퀘벡에 3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이며, 솔루스첨단소재도 캐나다 퀘벡주에 전지박 소재 업체 최초로 2026년 완공 목표로 동박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시나리오별로 북미 내 기존 공급망 전략을 재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3일 사내 메시지를 통해 "올해 무척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겠지만 투자 유연성을 높이고 라인 전환, 효율화 등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예정"이라며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자세로 준비하자"고 독려했습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오히려 미국 내 배터리 공급망의 안정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미국은 높은 생산 비용과 숙련된 인력 부족, 강력한 환경 규제로 인해 배터리 원자재 정제와 제조를 자국 내에서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실질적인 공급망 구조를 고려하면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중국을 배제한 완전한 미국의 공급망 구축'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배터리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단순한 탈중국 전략이 아니라 동맹국까지 칼날을 겨룬 모든 국가에 대한 보호무역주의 강화"라며 "기존에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공급망은 더 세밀하게 조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미 투자를 진행한 기업들에 대한 각국 정부의 세제 지원 등의 정책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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