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현대차, 현대제철, 삼성,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을 사례로 들며 관세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 등에 관세 부과를 강행한 데 대해 미국 내에서도 비판여론이 일자 이에 대한 반박에 나선 것이다.
백악관은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필요한 해결책'이라는 제목의 배경 설명자료에서 각종 연구자료와 언론보도를 인용해 관세의 기대 효과와 필요성을 역설했다. 백악관은 "관세가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온다"며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는 1월14일 미국에 대한 투자가 잠재적인 관세에 대한 최선의 해독제라고 말하면서 조지아주에 새로 건설된 130억달러 규모의 공장을 홍보했다"고 소개했다.
또 현대제철이 미국에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전하며 관세가 미국에 제조업을 유치하도록 기여하는 사례로 거론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관세' 때문에 삼성이 멕시코에서 생산해온 건조기를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카운티에 있는 삼성 제조시설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대해선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지난 1일 서명했다. 하지만 해당국들이 반발하는 것은 물론 미국 내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강행에 대해 우려와 비판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피터슨경제연구소는 관세 부과 조치가 미국을 포함한 모든 관련 국가에 경제적 피해를 줄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에 미국의 경제적 타격 규모가 2000억 달러(약 294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미국 식료품 유통업체의 이익단체인 '소비자브랜드협회'(CBA)는 "미국에서 구할 수 없는 재료와 부품에 대한 관세는 소비자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이 한국 기업들의 대미(對美) 투자 사례를 거론한 데 대해 국내 산업계 일각에선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앞서 국내 기업들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맞춰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왔다. 보편 관세 등을 무기로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하는 트럼프 2기 정부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특히 현대제철은 수조원을 투자해 미국에 첫 제철소를 지을 예정이다. 현재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가 유력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다. 현대제철이 해외에서 쇳물을 생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미국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생활 가전 공장 생산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SDI의 경우 기존 미시간주와 인디애나주 외 추가 배터리 공장 건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LS전선은 미 동부 버지니아주에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식품 업계 역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대미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양호연기자 hy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