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위협' 현실화에 증시 약세
대미무역 적자 순 낙폭 크지만
"1기 때만큼 충격 심하진 않을것"
대미무역 적자 순 낙폭 크지만
"1기 때만큼 충격 심하진 않을것"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2기 행정부가 취임 직후 예고대로 '2차 관세전쟁'에 들어갔다. 지난 2018년 미국과 중국의 1차 관세전쟁 당시 직격탄을 맞았던 우리 증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난해 코스피의 주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빠졌고, 당시보다 대중 수출비중이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1기 때보단 부정적인 영향이 덜할 것으로 내다봤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싸인한 뒤 처음 문을 연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2.52% 내린 2453.95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국내 증시 약세는 트럼프 관세 위협이 현실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원 넘게 급등하며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탈이 심화됐다. 한 시장 전문가는 "지난주 마지막 날 뉴욕증시도 장 초반 상승하다 관세 부과가 확정된 이후 급락했다"며 "이미 주가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선반영하고 있었지만, 실제 일어난 것에 대한 리스크가 추가로 반영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을 시작으로 현재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에 추가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와 중국 등 해당 국가들의 보복 관세로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에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두드러졌다.
전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와 달러의 가치를 비교하는 달러지수는 강달러 기조에 기존 107선에서 109.5까지 뛰었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5bp(1bp=0.01%포인트) 내렸다. 금리 하락은 채권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반대로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주식시장은 일제히 하락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 가권지수가 마이너스(-) 3.53%로 낙폭이 가장 컸고, 일본 닛케이지수(-2.66%), 코스피(-2.52%) 순이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규모 순으로 낙폭이 컸다"며 "중국 다음 차례가 '우리'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차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하락은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이탈은 설 연휴 동안의 매도세가 일시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1기와 비교해 코스피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낙폭은 1월 반등을 되돌리는 성격이 있었고, 1기 때보다 한국의 중국 익스포저가 줄어든 만큼 당시보다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시장은 보복 관세 여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8년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할 당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7%에 달했다. 중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한 뒤 코스피는 1년새 20% 가까이 빠졌고, 2019년 코스피 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1% 감소한 바 있다.
하지만 작년 기준 대중 수출 비중은 19% 수준까지 감소했고, 코스피가 2017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지난해 코스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떨어진 지수 중 하나였던 만큼 하방이 어느정도 지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이미 밸류에이션이 낮아져 있는 만큼 1기 수준으로 '폭삭'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미국이 우리나라에 관세를 부과한다 하더라도 다른 나라처럼 25%씩 매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중국이 실제로 보복에 나선다 하더라도, 이미 우리나라 기업의 대중 수출은 중국의 내수경기 침체 등으로 저점을 기록하고 있고,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도 이미 주가에 어느정도 반영돼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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