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도체 산업 연구·개발(R&D) 인력의 '주52시간제 노동 제한 예외' 허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노동계의 반발에 대해서는 "재계의 요구에 설득력이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반도체특별법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아 "(경영계에서 주장하는)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고 하는데 할 말이 없더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시간제에 예외를 두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노동계가)이 점을 설득하지 못하면 '그게 왜 안되지'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들이 노사 서면합의로 주52시간 상한제를 초과하는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재계에서는 노동계가 반대해 온 '일부 개발진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 예외' 적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토론회에서 기업인들은 반도체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동시간 유연화에 찬성했지만, 노동계는 산업재해 증가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산업은 기술 중심의 산업으로, 첨단 기술이 바탕이 된다"며 "이 중심에 기술 개발이 있고, 그 중심에 연구자가 있는데 시간을 기준으로 연구·개발을 하면 성과가 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위원장은 "장시간 노동이 혁신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며 "반도체 특별법에 담긴 52시간 예외는 노동자에게 심각한 위협"이라고 했다.
좌장을 맡은 이 대표는 직접 쟁점을 정리하는 등 토론회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이 대표는 고소득 반도체 연구원들이 동의할 경우 주 52시간제 예외 허용에 동의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대표가 밝힌 고소득 연구원은 연봉 1억5000만원 이상의 리더급 연구원이다.
이 대표는 "(재계측이) 주 52시간제 예외를 통해 총 노동 시간을 늘리자는 것이 아니면 이를 반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도체산업이 경제 성장의 주춧돌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은 기존 민주당 입장에 비해 전향적 변화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이날 토론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한 당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방침이다.박순원기자 ssu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