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오너십 책임경영 길 트인 李… `초격차` 바짝 고삐죈다

입력: 2025-02-03 18:47 장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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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반도체 등 전방위 위기
"100% 경영 전념 여건 마련"
글로벌 경영 행보 확대 기대
컨트롤타워 부활 가능성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회계 부정 혐의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이동하고 있다. 박동욱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10여년간 이어져 온 사법리스크도 사실상 종결됐다. 재계에서는 시가총액 500조원 이 회장이 제시할 새로운 '뉴삼성' 메시지와 함께 등기이사 선임,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등 책임경영을 위한 포석 마련이 한층 구체화 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하만 인수 이수 10여년간 멈춘 대규모 인수합병(M&A)과 함께, 트럼프 2기 대응 등 대외 경쟁력 확보를 위한 민간 외교관으로의 보폭도 한층 빨라지면서 '초격차' 고삐를 바짝 죌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4년간 102회 출석… 등기이사 재선임 관심= 이 회장은 2021년 4월부터 이날까지 1심 재판(선고기일 포함) 96회, 2심 6회 등 102회 법정에 출석했지만, 이번 무죄 선고로 이 회장이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평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특히 이 회장이 내놓을 새로운 경영 전략과 포석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 회장은 2018년 '뉴삼성' 비전을 제시했지만 이후 분식회계 의혹과 국정농단 사태 등을 겪으면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만큼, 새로운 경영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은 다음달 예정인 정기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로 선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은 2019년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은 이후 현재 4대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삼성의 쇄신과 함께 책임경영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위해서라도 등기이사에 재선임 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회사 안팎에서 나온다.

◇컨트롤타워 재건으로 시총 500조 진두지휘 할까= 그룹 컨트롤타워의 재건 여부도 관심거리다. 삼성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옛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해체하고 현재 전자·금융·EPC(중공업 등) 등 3개 부문으로 나눠졌다. 상장사 기준 시가총액 500조원, 매출액 450조원 규모의 사업 방향성을 진두지휘 할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현재의 위기를 직면하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작년 10월 정례회의 참석에 앞서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삼성이 사면초가의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만큼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등기임원 복귀와 컨트롤타워 재건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대규모 M&A·글로벌 행보 기대감= 2016년 하만 이후 끊긴 대규모 M&A도 성사시킬지 관심거리다. 삼성전자는 최근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로봇 사업을 미래 신사업의 한 축으로 제시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인공지능(AI)를 비롯해 로봇, 전장, 바이오 등의 분야를 신사업으로 낙점한 만큼 이와 관련한 대규모 M&A 등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해외 사업장 방문을 포함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지는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은 현재 방한한 샘 오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이 성사될지 여부가 관심거리다.

이 회장은 또 명절마다 해외 사업장을 다니며 현지 점검과 함께 임직원들을 격려했지만, 올해 설 연휴는 조용히 지낸 만큼 우선적으로 글로벌 사업 현장을 방문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 회장은 작년 2월에도 1심 판결 직후 말레이시아 현지 사업 현장을 찾았다. 또 미국의 경우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관세, 반도체법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이 회장이 직접 방문한 가능성이 점쳐진다.

◇반도체·가전 쇄신에 노조 달래기 숙제= 풀어야 할 과제도 쌓여있다. 반도체의 경우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뺏겼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내면서 주가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가전의 경우도 중국 업체의 거센 추격에 글로벌 1위를 고수하고 있는 TV 시장 점유율이 점차 위축되는 형국이다.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는 작년 처음으로 파업을 단행하는 등 불안정한 노사관계도 해결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인사에서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과 한종희 DX부문장 부회장의 2인 대표이사 체제를 꾸렸다. 파운드리 부분은 수주(한진만 사장)-기술(남석우 사장)로 이원화했고 한종희 부회장은 신설된 품질혁신위원장을 겸하는 등의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쇄신을 위한 포석을 마련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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