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면회 온 국민의힘 지도부에게 "당이 하나 돼 국민에게 희망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을 접견했다. 접견을 끝내고 국회로 돌아온 권 위원장은 본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당이 분열된 모습을 보이지 말고 일사불란하게 가 달라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접견 자리에서 보수 세력의 통합을 강조하며 12·3 비상계엄이 '경고성'이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위원장은 "교도관이 입회하고 시간에도 제한이 있기에 깊은 애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며 "안보라든지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등 나라 걱정을 비롯해 비상계엄을 왜 선포하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을 통해 국민들께서 더불어민주당 마음대로 국정을 사실상 마비시킨 행태를 알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했다는 게 여당 측 전언이다. 이는 탄핵심판 변론에서 윤 대통령 측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내세웠던 논리와 맞닿는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의회 독재 때문에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했다면서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접견에 함께한 나 의원 역시 기자들에게 "예산 삭감에 감사원장까지 이어지는 줄탄핵 과정을 보며 대통령 자리에서 어떠한 국정도 수행할 수 없는 부분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비상계엄 조치를 했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윤 대통령을 만난 것은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하고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이를 두고 보수 세 결집을 노리고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려는 의도, 조기 대선 가능성을 대응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잇따랐고 정치권의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내란 옹호", "윤 대통령의 옥중 정치에 발동을 걸려는 심산"이라고 날을 세웠고 여당 내에서도 "12·3 비상계엄에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해 신중한 행보를 펼쳐야 하는 지도부가 우경화하고 있다"는 취지의 우려가 나왔다.
권 원내대표가 "지도부가 아닌 개인적 차원으로 인간으로서의 도리"라고 선을 그었지만 국민의힘 '투 톱'에 중진인 나 의원까지 나란히 윤 대통령을 접견하는 것은 당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 발목 잡히기보다는 혁신 경쟁에 뛰어드는 비대위가 돼야 하는데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모습은 과거에 매몰된 느낌이 든다"며 "(당 우경화도) 우려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다만 권 위원장은 "대통령은 현재 직무 정지가 돼 있을 뿐이고 우리 당 출신이니까 당연히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야당 내 일부 의원들은 '왜 구치소까지 찾아가냐'고 하는데 구치소에 집어넣었으니 구치소를 찾아갈 수밖에 없지 않냐"고 역설했다.
권 위원장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윤 대통령이 면회에서 사면시켜달라는 얘기를 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겨냥해서는 "사면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퍼붓는 한편 "(윤 대통령이) 건강해 보여 다행이었다"고 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권영세(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3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면회를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